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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난 야구가 싫어요”
입력2003-07-07 00:00:00
수정
2003.07.07 00:00:00
“나는 야구가 싫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행을 앞둔 이천수(22ㆍ울산)가 야구 쪽을 향해 도발적인 표현을 했다. 이 발언에 국내 축구팬들은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야구팬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칫 `당돌한 아이` 이천수의 발언이 축구팬들과 야구팬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지난 6일 전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이천수는 “야구가 싫다. 그래서 속옷 세리머니를 시작했다”며 거침없이 말문을 이어갔다.
“야구의 이승엽 선수가 300호 홈런을 치고 박찬호나 김병현, 서재응 봉중근 선수 등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승리투수가 되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개인적으론 축하할 일이지만 2002 한ㆍ일 월드컵 4강 진출로 최고 인기스포츠가 됐던 축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초라해진다는 게 견딜 수 없다. 신문과 TV는 야구를 먼저 다루고, 올해는 프로축구중계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천수는 “그래서 속옷에 글귀를 적어놓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찾던 중 자신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스카이콤의 송대한 팀장이 `독창적인 골 세리머니를 하자`란 황선홍의 칼럼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 그리고 이천수는 7일 전북전에서 1_1로 팽팽하던 전반 32분 천금의 결승골로 6경기 연속 골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995년 황선홍과 2000년 김도훈의 8경기 연속골에 2개차로 다가선 기록. 그리고 그의 속옷에는 `유럽진출 밑거름 K_리그 더욱 사랑해 주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천수는 “처음엔 골 세리머니를 하기가 불안했다”고 실토했다. 속옷 세리머니를 하려면 골을 넣어야 하는데 기획 당시 컨디션이 별로 였기 때문.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단 결심을 굳힌 뒤 지난 6월 18일 대전전부터 6경기 연속 골이 터지고, 급기야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행이 결정되는 등 행운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매 경기마다 달라지는 글귀에 대해 “주위의 친한 사람들과 경기 직전까지 고민해 정한 뒤 내가 직접 쓰고 있다”며 “지난 2일 전남전의 `300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는 속옷을 3벌이나 버린 뒤 나온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전을 마친 이천수는 “12일 부천과의 원정경기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계속 골을 넣으면 8경기 연속골 타이 기록이지만 15일이 스페인 출국 예정일이라 더 이상 뛸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9경기 연속골 신기록은 훗날 한국으로 되돌아와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전주=박용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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