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구조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연초부터 달달한 '허니문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임종룡(사진 오른쪽)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최원병(왼쪽)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올 초 시무식 직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임 회장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당시 최 회장은 "임 대표(이사 회장)와 나는 하나부터 백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말하며 임 회장을 치하했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이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을 이유로 사퇴했던 것을 떠올리면 낯설기까지 한 모습이다. 농협금융은 관리·감독은 물론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대주주인 중앙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신 전 회장의 사퇴 이후 또다시 외부 출신 회장으로 농협금융에 입성했던 임 회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관료 시절 '최고의 컨트롤 메이커'라 불리던 임 회장은 노련하게 농협중앙회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취임 직후부터 우투증권 인수 의지를 표명했던 임 회장은 농협중앙회의 대의원인 조합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8월 열린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는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우투증권 인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임 회장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던 연간 4,500억원 규모의 브랜드 사용료에 대해서도 "농협중앙회 경제 사업을 위한 수익 채널로서 농협금융이 반드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임 회장이 우투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실력까지 검증받자 최 회장은 물론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도 임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에서 올 초 2대 농협은행장에 취임한 김주하 행장은 금융지주에서 근무하며 가장 보람됐던 세 가지 일 중 하나로 '임 회장과 함께 일했던 6개월의 시간'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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