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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농업국가다] <3> 유통혁신 없이 선진농업 없다

협동조합 통해 유통망 늘리고 농협이 밭떼기 사업 맡아라<br>'금배추' 때도 농민은 빈손<br>직거래로 유통거품 없애고 농협 생산지원능력 키워야<br>경매 없이 소매상에 넘기는 시장도매인제 도입도 필요


지난 2010년 배추 1포기당 가격이 1만1,000원대까지 가는 '배추파동'이 일어났다. 소비자들은 '금배추' 에 아우성쳤지만 정작 밭떼기로 배추를 이미 중간상인에게 판 농민들의 손에 들어온 돈은 없었다.

농산물 유통 분야만큼 변화가 절실한 곳도 없다. 농산물의 생산ㆍ유통을 돕는 목적인 농업협동조합의 역할은 여전히 부족하고 보다 다양한 유통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만큼 새로운 조합이 많이 나오고 기존 조합들 간 연대를 통해 그물망 형태의 유통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밭떼기 업자들에게 이익이 몰리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농협의 생산지원 체계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생산지원 능력 키워야=배추나 무를 키우는 농민들은 밭떼기 업자와 계약하는 게 편하다. 노지에서 키우는 채소는 가격 등락폭이 너무 크다. 하지만 밭떼기 업자는 일정 가격에 사준다. 배추가격이 폭등하면 농민은 입맛만 다셔야 하지만 반대로 폭락했을 때는 이득이다. 밭떼기 업자는 비료를 주는 일부터 수확ㆍ출하까지 모두 담당한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촌의 현실상 밭떼기 업자와의 거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 재배되는 배추의 약 80%는 밭떼기 거래다.

중요한 것은 농협이 밭떼기 업자의 임무를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중간업자가 가져가는 이윤을 최소화하고 농민과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농협에 경제사업을 더 잘하라고 5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주문은 설득력을 얻는다.

농협도 지난해부터 채소사업소를 만들고 배추와 무의 밭떼기를 일부 하고 있다. 밭떼기 업자들과 같이 비료를 주고 키워주고 수확까지 대신해준다.

하지만 배추의 경우 전체 재배규모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무는 미미한 수준이다. 농협이 신경분리를 하면서 생산지원 분야에 대대적인 지원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농협이 산지에서 가져다 파는 배추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낙찰을 받는 이들이 사실상 담합을 통해 싸게 사들인다는 게 농협 측 판단이다. 도매시장은 경매를 통해 물건을 받는데 농협 것은 의례적으로 입찰가격을 싸게 부른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비용도 밭떼기 업자에 비해 많이 든다. 배추를 키우기 위해서는 비료도 줘야 하고 영농자재가 필요한데 밭떼기 업자는 사실상 영세율 혜택을 보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영농을 목적으로 하는 농민이나 조합법인은 영농자재를 살 때 영세율을 적용받는데 농협중앙회 차원의 채소사업소는 대상이 안 된다. 인건비나 용역을 쓸 때 무자료 거래를 하는 밭떼기 업자와 달리 중앙회는 세금도 꼬박꼬박 내야 하고 수확인력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저런 관리비를 더하면 일반 업자보다 비용이 20% 정도 더 든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협동조합 이용한 유통망 늘려야=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이달부터는 5명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법인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단위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어 새로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져 유통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기존 조합들이 품목별로 모여 또 다른 유통망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추나 무 생산이 많은 조합들이 모여 품목조합을 따로 만들면 유통시장에서 힘이 더 생기고 직거래를 통한 이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고위관계자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기존의 조합들이 품목별로 뭉쳐 힘 있는 품목조합들이 생겨날 필요가 있다"며 "경직돼 있는 농협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지역별로 조합원들이 나와 새로 농협을 만들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모여 농산물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의 신설은 현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거품을 없앨 수 있다. 농민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지금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협동조합 신설이 간편해진 만큼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 차원에서도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도매인제 개선 검토 필요=농산물 유통업계의 화두 중에 하나는 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문제다. 지금은 강서농수산물시장을 제외한 모든 도매시장이 경매제를 운영한다. 도매시장법인이 농산물을 사들여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넘기고 중도매인은 이를 소매상에게 파는 형태다. 반면 시장도매인제는 경매 없이 도매인이 농산물을 사 바로 소매상에게 넘긴다.

문제는 경매를 하면서 경매수수료 4~7%가 도매시장법인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에스크로(Escrow) 제도 같은 대금결제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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