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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5-글로벌 강자를 꿈꾼다] <6> 일본 해외진출 성공 비결은

日은행들 공격적 M&A·PF 틈새공략…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금융위기 후 싼값 인수로 현지 진출 발판 마련하고

유럽銀 빠져나간 PF시장 치고 들어가 점유율 높여

일본 3대 금융그룹 작년 해외수익비중 20% '훌쩍'


"일본 은행들은 해외로 뻗어 가는 데 반해 한국의 은행들은 국내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2013년 8월2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일본과 한국 은행의 해외진출 격차를 아프게 지적한 기사다. 관치금융과 보수적 영업행태가 우리와 꼭 닮았던 일본의 금융산업 모습은 옛일이다.

지금 상황도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은행들이 뒤늦게 해외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에 반해 일본 3대 금융그룹의 해외수익 비중은 지난해 20%를 훌쩍 넘어섰다.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도쿄UFJ그룹이 지난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전체의 47.4%에 달했다. 미즈호금융그룹은 26.5%,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은 2013년 기준 18.9%였다.

일본 은행들의 해외진출 비결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싼값에 나온 해외 금융회사 매물들을 사들여 현지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특히 유럽의 은행들이 빠져나간 글로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치고 들어간 것이 시장점유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데 주효했다.

◇일본 은행, 글로벌 금융 M&A 큰손=일본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된 시기는 2005년 이후다.

앞서 일본 은행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일본의 자산 버블 붕괴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로 쓰라린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3차 시도에서는 과거와 다른 전략을 취했다. 일본 수출기업의 해외진출에 기생하는 전략이 아니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이었다.

미쓰비시UFJ그룹은 2008년 미국의 유니언방칼을 100% 자회사로 인수한 후 이를 기반으로 캘리포니아의 퍼시픽캐피털뱅크 등을 인수하며 북미 지역에서 사업기반을 다졌다. 2009년 말에는 헐값에 나온 영국에 에버딘자산운용사, 2011년에는 중국 신은만국증권의 자산운용사, 2012년에는 호주의 AMP캐피털사를 사들이는 등 해외 금융기관 매물 쇼핑에 나섰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현지 금융사를 타깃으로 했다. 미쓰비시UFJ그룹은 2013년 태국 5대 은행인 아유타야의 지분 75%를 56억달러에 사들였고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은 인도네시아 PT은행의 지분 40%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미진 KB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초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금융지원이 주목적이었다"며 "이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한 후 현지인을 경영진으로 고용하고 현지 기업과 소매고객을 대상으로 영업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도 일본계 은행들의 '먹성'은 줄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은 GE사로부터 유럽 내 자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쓰비시UFJ그룹도 UBS그룹으로부터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를 약 24억달러에 매수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럽계 빠진 국제금융시장, 기회로 활용=일본 은행들은 높은 저축률로 은행에 자금은 넘쳐나는 데 반해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린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자국 내에서는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했다. 2013년 9월 말 기준 일본의 예금 잔액은 635조엔인 데 반해 총 대출잔액은 429조엔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본 은행들이 눈을 돌린 곳이 해외의 인프라 관련 PF 대출과 신디케이트론 시장이었다. 때마침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이 건전성 악화 등으로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바빴고 그 기회를 잡았다.

일본 금융그룹들은 유럽계 은행들의 PF 자산을 아예 인수하거나 외국 금융사들로부터 전문인력을 수혈 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특히 일본 정부가 나서서 기업·은행을 엮어 해외 인프라 수주사업을 위해 협력하는 '올 재팬(All JAPAN)' 정책을 추진하는 등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성과는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12년 기준 글로벌 PF 주간사 순위는 미쓰비시UFJ가 116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쓰이쓰미토모 3위(75억달러), 미즈호 4위(62억달러)로 나타났다. 2007~2013년 아시아태평양에서 일본 3대 금융그룹의 PF 시장점유율은 2008년 13.1%에서 2012년 15.4%로 늘었다. 반면 유럽계 은행은 같은 기간 15.5%에서 1.1%로 대폭 축소됐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경우 5.8%에서 5.4%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일본 은행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영미계와 유럽계 은행들이 독점했던 신디케이트론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기준 일본계 은행이 참여한 글로벌 신디케이트론은 전년 동기 대비 4,642억달러다.

변현수 KDB산업은행 파트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자국 내 대출수요가 감소하자 더 이상 국내 영업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은행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면서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해외진출을 포기하지 않은 결과가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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