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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기업의 3권분립

국가의 권능을 입법·사법·행정의 3권으로 분립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상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근자 재벌개혁과 관련하여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3권 분립이 강제되고 있는 것 같다.사외이사가 다수 참여하는 이사회는 입법부에 해당되고 감사위원회는 사법부에 해당된다. 일상적인 경영은 집행부가 맡으니 국가의 행정부에 해당된다. 국가의 권능을 3권으로 분립하는 것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막아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 보호돼야 할 사람이 누구이며 보호돼야 할 권리는 무엇인가. 대주주인 이른바 오너를 보호해주자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많은 식자들이 주장하 듯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도 아닌 것 같다.「보호해주랴」라고 물어 보지도 않았고 보호해 달라고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바도 없다. 소액주주의 주된 관심은 주가동향이다. 주가가 오르면 기뻐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분개한다. 그 기업이 마음에 안들면 주식을 팔아버리고 인연을 끊을 수 있다. 그래서 기업 지배구조의 개혁은 소액주주의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지나치게 획일화된 분권, 그로 말미암은 의사결정의 지연이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고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대주주도 소액주주도 아니라면 남는 것은 국민밖엔 없다. 재벌의 잘못된 경영이 결과적이기는 하나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국민을 위해 재벌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뜯어 고치자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을 정부가 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엔 몇가지 위험한 요소가 숨어 있다. 첫째로 국민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항등식으로 묶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국민이익 보호라는 명분으로 항구화 될 수 있다. 둘째로 분권화된 지배구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나 감사위원회제도는 미국에서는 그런대로 잘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옮겨 온다하여 이 땅에서도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집행간부를 충분히 능가할 만큼의 탁월한 경영자를 사외이사로 모시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내부 및 외부감사를 능가할 만큼의 철저한 감사를 감사위원회에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연히 대리비용만 증가시킬 뿐 아니라 기업활동을 속박할 위험도 있다. 기업을 마치 국가를 다루듯이 다루어도 되는 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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