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만 믿고 초기 기업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하나미쓰는 일종의 선구적 엔젤투자자였던 셈이다. 이 엔젤투자가 없었다면 롯데의 탄생은 훨씬 늦어졌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건으로 단연 '자금순환'을 꼽는다. 열정과 아이디어를 지닌 창업기업이 초기에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업계는 자금공급처 가운데서도 엔젤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엔젤은 창업 또는 창업 초기단계에 있는 벤처기업들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우로 기업 성과를 공유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말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엔젤투자는 기업이 창업단계 투자와 성장단계 투자 간 자본공급의 갭(capital gap)을 극복하게 한다"며 "또 멘토링을 통해 창업기업에 경영 및 기술ㆍ마케팅 등의 지원을 제공, 기업성장에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엔젤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자금 투자원으로 벤처캐피털이 있지만 초기 기업투자 비중은 점점 낮아지는 만큼 엔젤투자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엔젤투자의 현실은 초라한 수준이다. 2000년 5,500억원에 달했던 엔젤투자 규모는 2011년 29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투자자 수도 같은 기간 약 2만9,000명에서 619명으로 줄었다. 벤처 버블이 붕괴되면서 투자자가 급속히 이탈하고 신뢰성이 떨어진 점이 문제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행히 최근에는 한국엔젤투자협회가 결성돼 민간 차원의 엔젤투자시장을 육성하자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다"며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등록한 엔젤투자 회원 수도 지난해 700명 수준에서 2,500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엔젤투자 분위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와 함께 중간회수시장 활성화가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이익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엔젤투자가 무너진 데는 증권시장 상장 외에 사실상 엔젤투자자가 투자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투자와 회수는 자금순환 차원에서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엔젤투자에는 필수적으로 창업기업의 지분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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