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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과일 시장 영향력 커졌네

체리·자몽·레몬 이달부터 aT소매가격 조사대상에 편입<br>FTA 발효후 판매 급증 원인<br>국산 제철 과일은 입지 흔들

홈플러스 과일코너의 판매 직원이 미국산 체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가격 하락으로 체리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체리 물량을 지난 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체리ㆍ자몽ㆍ레몬 등 대표적인 미국산 수입 과일 3인방이 3일부터 수박ㆍ참외ㆍ사과 등 국산 과일과 함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 물가 조사 대상에 신규 편입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 여만에 미국산 과일ㆍ견과류의 수입 및 판매가 크게 늘면서 생활 물가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된 데 따른 조치다.

2일 aT에 따르면 이번에 신규 소매가격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농산물 품목은 자몽ㆍ레몬ㆍ체리ㆍ호두ㆍ아몬드ㆍ건포도ㆍ건블루베리ㆍ참깨(인도산) 등이다. 중국, 인도 등 수입국에 따른 가격 편차가 커 산지별 구분 조사가 결정된 참깨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미FTA 발효 이후 한국으로 몰려든 미국산 먹거리다. aT 측은 "시의성 있는 조사기준을 마련해 유통 정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품목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까지 aT의 소매가격 조사 대상 과일은 수박ㆍ참외ㆍ토마토ㆍ딸기ㆍ멜론ㆍ방울토마토(이상 채소류)와 사과ㆍ배ㆍ복숭아ㆍ포도ㆍ감귤ㆍ단감ㆍ바나나ㆍ오렌지(이상 과일류) 등 14개 품종, 견과는 땅콩 1개 품종이었다.

체리 등 미국산 과일ㆍ견과류의 시장 파워는 aT가 소매가격 신규 조사대상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해 3월 한미FTA 발효에 따라 미국산 체리와 레몬은 올해부터 무관세 품목이 됐다. 자몽은 FTA 이전 30%에서 올해 18%까지 낮아졌고, 아몬드ㆍ건포도 역시 15~45%에 달하던 관세가 철폐됐다. 이로 인해 이들 품목의 지난 해 수입량은 10~40%씩 늘었다. 식음료업계에서 해당 과일을 원료로 하는 신제품을 잇따라 개발ㆍ출시하면서 소비량이 느는 데다 백화점ㆍ대형마트 등도 과일코너의 미끼상품으로 내놓는 등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이전에는 비싼 과일로 인식됐지만 최근 크게 낮아진 가격표를 달고 매대에 진열되자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일단 잡게 되면 향후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속 팔려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산 과일들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은 물론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상태다. 매년 이 맘 때면 참외를 싣고 골목길을 누비던 과일 트럭에 올해는 참외 대신 체리가 실린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무관세 혜택에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작황 호조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까지 더해진 체리가 값싼 제철 과일 자리를 빼앗아버린 셈이다. 실제로 수입산 포도ㆍ체리ㆍ오렌지 등에 밀린 참외(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1만7,001원으로 1년 전 2만883원에 비해 18.4% 하락했다.

주부 이지영(37)씨는 "체리나 오렌지는 당도가 높은 과일이어서 참외나 토마토처럼 상대적으로 당도가 떨어지는 과일보다 더 찾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요즘은 가격까지 낮아져 장 볼 때 손이 더 쉽게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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