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돈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풀면서 소호대출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올 1ㆍ4분기까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은행의 소호대출은 10조원이나 늘었다. 자금운용의 양축인 가계와 기업대출이 불황과 대출포화로 막히자 수익보전 창구로 소호대출이 부상한 결과다. 무엇보다 최근 산업 전반의 감원(희망퇴직) 바람으로 소호대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줄잡아 2만명 이상이 기업에서 이탈하고 이 중 상당수가 자영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공급과잉으로 대출부실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무더기로 자영업 대출에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부실의 늪에 빠졌던 지난 2009년 '감원발 소호대출 부실 경계령'이 다시 내려진 셈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소호대출은 3월 말 현재 107조41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조4,214억원 증가했다. 2012년 말보다는 9조7,021억원이나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이후 3조1,010억원 증가했고 하나와 우리은행도 각각 2조8,396억원, 2조8,188억원 늘었다. 외환도 같은 기간 1조1,744억원 증가했고 국민은 9,427억원이 늘었다.
풍부한 유동성에 비해 대출처가 마땅치 않아 골치를 앓고 있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개인사업자 대출에 몰린 것이다. 4대 은행의 최근 15개월간 대출 증가율을 보면 소호대출은 10~20%대의 급증세를 탄 반면 가계 및 기업대출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음식점·도소매 등에 치중된 후진적 창업 시장에 감원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까지 가세하며 공급과잉이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증권사에서 시작된 감원 바람은 보험사, KT 등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고 불황에 따른 경영난으로 밀려 나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도 많아 적어도 1만명 이상이 창업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KT의 희망명예퇴직자만 8,300여명이고 이들이 받을 퇴직금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소호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부실화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물에서 활로를 찾기 어려운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바짝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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