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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부채비율이 높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들의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것은 그동안 감사보수를 주는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갑'으로 행세해 제대로 된 감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간 수임 경쟁이 벌어지며 감사보수가 낮아지면서 회계 품질도 추락, 동양 사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외부감사인 강제 지정으로 감사품질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746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부채비율 200% 이상,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업종 평균 부채비율 150%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153개(8.7%)로 분석됐다.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는 건설업체들이 대거 외부감사인 강제지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부채비율 472.97%, 이자보상배율을 -17.26배, 업종 평균 부채비율은 211.36%를 기록했고 대우건설(047040)도 부채비율 270%, 이자보상배율 -2.26배를 보였다. GS건설(006360)도 부채비율이 262.85%, 이자보상배율이 -10.9%를 기록해 올해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못하면 외부감사인이 강제로 지정된다. 이 밖에 경남기업(000800)·계룡건설(013580)·동부제철·삼환기업·아시아나항공 등의 유가증권 상장사들도 올해 재무구조개선을 보이지 않으면 외부감사인 지정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는 KCC(002380)건설이 부채비율 298.81%, 이자보상배율 -3.48배를 보였고 주성엔지니어링(036930)도 부채비율 273.47%, 이자보상배율 0.16배로 외부감사인이 강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라온시큐어(042510)·바른손·STS반도체·경남제약(053950)·AJS 등의 코스닥 상장사도 모두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외부감사인 강제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횡령·배임사유 발생 기업과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부실한 기업도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게 하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의 감사인 지정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횡령·배임사실이 확인돼 공시한 업체는 정원엔시스·아이에스·에이스테크·피에스엠씨 4개사로 모두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지난해 관련 공시를 한 14개사도 모두 코스닥시장 상장업체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내년에는 건설업종을 포함해 올해 어닝쇼크를 낸 조선업체들도 대거 외부감사인 강제지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들은 금융위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건설업과 조선업종은 선수급이 많고 선수급은 모두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업종별 특성을 세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회계법인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기업들의 회계감사를 따내기 위해 감사보수를 낮추는 '울며 겨자 먹기' 식 감사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면 평균적으로 감사보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감사품질이 개선될 수 있다"며 "또 강제로 지정되면 회계법인도 해당 법인을 처음 감사하기 때문에 감사 인력과 시간이 높아져 회계감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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