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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금융시장] '신엔고' 몸살 극심
입력1999-09-16 00:00:00
수정
1999.09.16 00:00:00
문주용 기자
일본의 대표적 증시인 도쿄(東京) 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16일 올들어 최대폭으로 빠져 급속하게 다가오던 「신 엔고」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정책당국도 엔 안정을 위한 「과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미, 유럽 등과의 공동 시장개입을 위한 당국자간 논의를 본격화했다. 따라서 이번 주말이 최근 가파르게 진행된 엔고 행진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일본 정부의 대응= 16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까지 가파른 엔고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일본 정부의 후속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 장관과 하야미 마사루(速水 優) 일본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외환정책에 대해 엔 매각 등 통화정책 전환을 통한 엔 가치 하락을 유도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앞서 오부치 총리는 『급격한 엔 강세가 경제회복 기미를 보이는 일본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 본격적인 시장 개입을 고려중』이라고 이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 내각 대변인인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관방장관은 한발 더나아가 엔을 사들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오판을 지적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정부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일본 경제에 안정이 온 것은 단지 정부의 비상경제대책이 낳은 결과일뿐이라는 사실을 (외환)시장이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과격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외환당국인 일본 은행의 적극적인 대처를 강도높게 주문했다.
일 정부는 이에 따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대장성 국제담당차관을 미국에 급파, 워싱턴 당국과 외환시장의 공동개입 방안을 논의키로 해 공동 시장개입이 임박하고 있다.
산와 은행의 관계자는 『미·일 공동시장 개입이 금요일(16일) 이뤄질 공산이 매우 높다』며 『엔화가 달러당 110엔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말이 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 고비인 셈이다.
◇먹구름으로 뒤덮이는 세계 경제= 엔화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엔고 문제는 이제 세계 경제의 또다른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ABN 암로은행의 토니 노필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가 일본 경제에 미칠 주요 여파는 디플레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강세가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전체 물가지수를 낮추는 동시에 경제활동까지 크게 위축시켜 디플레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일본 금융당국이 외국 투자자들의 계속된 자본 유입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엔화 강세는 결국 미국 경제활동에도 위기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파리바은행의 소냐 헬레만은 우려했다.
헬레만은 『이제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자본시장내 투자자금의 급속 이탈 가능성을 경고했다.
◇패닉에 빠진 도쿄 증시= 16일 도쿄 증시는 신엔고의 여파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전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03.20엔까지 하락, 엔 강세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에다 뉴욕 증시의 하락 소식까지 겹치는 바람에 이같은 폭락세는 불가피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이같은 도쿄 증시의 폭락이 엔 강세의 기반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거 유입됐던 외국 자본이 엔고와 일본 증시 상승을 안겨준 3가지 요인중 하나였으나 앞으로 유입 속도가 줄어들거나 심지어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또 일본 기업들과 기관들 역시 엔 표시 자산을 매입하던 입장에서 돌아서 중립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엔고로 일본 경제의 매력이 다시 줄어드는 양상이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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