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국고채를 비롯한 채권시장이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자 우량 기업들이 저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되자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기업들이 값싼 이자 매력을 놓칠세라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6일 3·5·10·20년물 회사채를 발행하는 KT(030200)(AAA)는 5년물의 경우 발행금리를 3.127%로 확정했다. 지난 2013년 9월 발행한 5년물 금리 3.46%보다 0.3%포인트 넘게 줄인 것이다. KT는 이번에 10년물도 3.496%에 발행할 예정이다. 2013년 9월에 발행했던 7년물 금리 3.65%보다 이번 10년물 발행금리가 더 낮은 점을 고려하면 재무 부담을 대폭 줄였다
2년여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롯데쇼핑(023530)(AA+)도 발행금리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일 3·5년물 총 4,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롯데쇼핑은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4,300억원의 수요 자금이 희망금리 밴드 내로 몰렸다. 롯데쇼핑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희망금리 밴드를 개별 민평금리 대비 -0.19~0.01%포인트 가산한 수준을 제시했다. 롯데쇼핑의 3년, 5년물 개별 민평금리가 2.881%, 3.127%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행금리는 3년물의 경우 2.691~2.891%에서, 5년물은 2.937~3.127%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8월 3년물 발행금리 2.98%, 5년물 금리 3.20%보다 낮아진 것이다.
다음달 2일 3·5·7년물 총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LG유플러스(032640)(AA0)도 올해 2월보다 저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LG그룹 회사채는 연초부터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만큼 수요예측만 성공하면 5년물은 3.008~3.208%, 7년물은 3.285~3.485%대에서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같은 조건의 회사채 5년물을 3.412%, 7년물을 3.667%에서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약 3억원(발행 예상금리 밴드 상단 기준) 정도의 이자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회사채 발행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 및 회사채 개별 민평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경기 부양 스탠스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2.66%까지 떨어져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개별 민평금리는 국고채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 회사채 개별 민평금리도 내리고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금리도 떨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개별 민평금리(유통금리)가 하락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들에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AA급 기업들이 3년물은 물론 5년물 회사채를 3% 초반, 혹은 2% 후반대에서 발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량 기업들은 채권시장 강세를 틈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AA급에서 S-oil(AA+)과 SK인천석유화학(AA-)이 수요예측을 마쳤으며 대우인터내셔널(047050)(AA-), SK가스(018670)(AA-)도 다음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096770)(AA+)도 다음달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수혜는 A등급 이상의 기업만 누릴 수 있다. BBB급 이하 기업은 채권시장에 금리인하 바람이 불어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012030)(BBB-)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 다음달 1일 250억원 규모 1년만기 담보부 사채를 발행한다. 흥행 실패를 우려해 토지·건물 등을 담보로 회사채를 발행하지만 금리는 연 7.8%로 높게 책정됐다. BBB급 무보증회사채 1년물 등급 민평금리가 5.4%대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4%포인트나 높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