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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무선충전 신세계 열린다

스마트폰·자동차서 고속열차까지… 플러그를 뽑아 버리다



120년전 테슬라 첫 개발 불구 전력 손실 커 실용화 늦어져
2008년 자기공진 방식 등장… 수m 떨어져도 동시충전 가능
스타벅스 대규모 보급 계기… 기업들 앞다퉈 투자 나서
10년내 캡슐로봇 상용화 등 산업계 전반 지각변동 예고


회식에서 동료들과 과음을 한 직장인 김무선씨는 가까스로 집에 돌아와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졌다가 갑자기 침실에 들이닥친 119 대원들 때문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주황색 옷을 입은 119 대원들은 김씨의 가슴을 풀어헤쳐 심장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자칫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뻔한 김씨를 살린 주인공은 지난해 건강검진 이후 병원의 처방을 받아 체내에 이식한 '캡슐 로봇'이었다. 와이셔츠 단추만 한 크기의 이 로봇은 김씨의 몸 안에 머물며 혈압, 심장 박동은 물론 간이나 위와 같은 장기의 이상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를 인근 병원과 119센터에 자동으로 송신하고 있었다. 김씨의 심장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자 로봇이 인터넷으로 즉각 119를 호출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로봇은 김씨 집의 침실은 물론 직장 사무실, 심지어 승용차에서도 무선으로 충전돼 동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전원이 끊길 염려도 없다. 그에게는 이 로봇이 24시간 곁을 떠나지 않는 주치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선충전 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면 불과 10년 안에 이런 로봇 주치의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도 사용되는 인공심장 박동기 같은 의료 장치들의 가장 큰 단점은 제한된 배터리 용량 때문에 거동이 제한된다는 점인데 무선충전 기술의 발전은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영재 울산과기대(UNIST) 교수는 "무선충전 기술은 실시간으로 사람의 건강을 감시하는 '무선 신체 네트워크(WBAN)'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속도 내는 기술 발전=무선충전 기술의 기본 개념은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인 1890년대 크로아티아 출신 천재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정립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100년이 넘도록 상용화되지 못했는데 전송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워낙 커 실용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무선충전 상품의 역사를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일부 벤처회사 등이 전력 유도 기술을 내놨고 이때 필립스 등의 가전회사가 이를 적용한 전동칫솔을 출시했다. 이때 개발된 충전 기술이 지금도 가장 널리 이용되는 '자기유도 방식'이다.



이 기법은 전력 손실률이 낮아 고효율을 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을 보내는 송신부와 실제 충전이 필요한 수신부가 1㎝ 이상만 떨어져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대중적으로 이용되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일본 가전사들은 휴대폰에 무선충전기를 갖춘 제품을 최초로 출시했지만 고객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사장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자기공진' 방식의 새로운 무선충전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구도가 확 달라졌다. 자기공진 방식은 송·수신부의 거리가 몇m 정도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할뿐더러 한 대의 송신기기로 수십 대의 기기가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어 훨씬 적용 범위가 크기 때문이다. 이 기법에 잠재력을 엿본 삼성전자와 인텔·퀄컴과 같은 기업은 'A4WP'라는 무선전력연합을 구축해 기술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전자파를 직접 안테나로 송수신해 지구 밖 위성 태양열발전소에서 지구로 전기를 쏠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 방식도 충전 기술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나 인체 유해성 등의 부작용 때문에 기술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기공진 방식의 효율성 문제가 이른 시일 내 해결될 것으로 보여 이 기술이 무선충전의 표준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다퉈 투자 나서는 기업들=무선충전과 관련된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관련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술 자체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성과물들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커피 전문 체인인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무선충전 업체인 듀라셀 파워매트와 손잡고 올해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을 시작으로 미국 전체 직영점에 핫스폿을 구축해 총 8,000개 매장에 무선충전기인 '파워매트 스폿'을 설치할 예정이다. 매장 한 곳당 약 14개의 무선충전소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정 유진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는 와이파이 보급이 미미했던 2001년 각 매장에 와이파이 시설을 깔아 관련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스타벅스의 행보가 무선충전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통 분야에서도 무선충전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의 판매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무선충전 기술에 대한 자동차 제조사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3년 기준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9만5,000대 정도로 전년 대비 111%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는 유선충전소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300여곳 이상의 무선(비접촉식)충전소가 이미 설치돼 있다. 자동차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는 한편 한꺼번에 여러 대의 자동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전기차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무선으로 달리는 고속열차도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머리 위 전차선이 아닌 열차 바닥으로 전기를 공급해 열차를 움직이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고속 열차에 적용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이 고속철은 전선이 없어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은 물론 선로 주변의 공기 오염과 소음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호 철도연 박사는 "집전장치 소형화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무선 고속철 실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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