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엘리엇인베스트먼트 간 공방, 롯데그룹 오너 형제 갈등에서 드러나듯 한국 재계에 지배구조 개편이 화두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저금리시대 대체 투자처로 각광 받을 것입니다." 이원일(사진)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배구조개편이 활발히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기업에 2~3년을 목표로 장기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알리안츠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있던 2004년 국내 최초로 기업 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선보인 이 분야 실력자다.
2005년 대표이사에 오른 후 이 펀드를 1조6,000억원 규모로 키워냈고,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해 사모펀드로도 운용해 국내 증시의 기업지배구조 이슈를 선점한 바 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연 평균 24.38%에 달했다.
2013년 2월 알리안츠를 떠난 이 대표가 1년 넘게 야인으로 지내다 작년 5월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것도 국내 최초 기업지배구조개선 관련 특화 자문사로 제브라를 이끌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크게 성장했지만 상장사들의 지배구조는 후진적"이라며 "재계에 오너십이 2세에서 3세로 혹은 3세에서 4세로 넘어가는 상황이 많아 지배구조 개편은 가장 뜨거운 투자 테마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영국의 자본시장 역사가 200년에 달해 이들은 이미 100년 전 겪은 일이어서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최근 롯데그룹 부자·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 2004년 '동아제약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04년 말 강문석 동아제약 사장이 해임된 뒤 2007년 경영권 회복을 위해 임시주총까지 열며 아버지인 강신호 회장과 갈등을 겪다 2013년 3월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로 전환하며 강정석 사장 체제가 굳혀졌다"며 "당시 동아제약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동아제약 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분석한 기업 자료가 1만개에 이른다"며 '최대 자산'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대형 상장사보다는 중소형사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주주총회 등에 참여해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한데 대기업은 외국인지분 등 투자 고려 및 제약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방 중소형사들 중 지배구조만 개선해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장사들이 매우 많다"며 "증자·분할·합병·지주사 전환 등 기업 이벤트에 주목하면서 장기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펀드 운용기간이 아직 1년에 불과한 제브라자문이지만 개인고객만으로 운용자산이 450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표일임계좌의 누적수익률이 22.4%에 달하는 실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자문이 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실제 연기금이나 종교단체들이 투자하기 적합한 분야" 라고 강조했다.
He is ▲1959년 서울 ▲1982년 한국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졸업 ▲1993년 Rutgers University 경영학 박사 졸업 ▲1994년 크레딧리오네 한국 리서치 헤드 ▲1996년 살로먼스미스바니 한국 리서치 헤드 ▲2000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자산운용 코리아 CIO ▲2002년 니콜라스애플게이트 캐피탈 주식운용 아시아 담당 이사 ▲2005년 알리안츠인베스터스자산운용 대표이사 ▲2014년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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