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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준경 KDI원장 "단기부양으론 부족… 경제구조개혁 병행해야"

법률ㆍ금융ㆍ의료ㆍ물류분야 칸막이 허물어야

부동산 위축되면 내수침체 불가피

LTV,DTI완화, 논란 있지만 ‘현실적 선택

건설대기업 4곳중 1곳이 좀비..부실기업 정리해야



경기부양책 타이밍 적절하지만 생산적 분야에 안 쓰이면 밑 빠진 독

서비스산업 규제는 성장 막는 적폐… 싱가포르 수준으로 국제화 나서야

건설 대기업 4곳 중 1곳이 '좀비'… 부실기업 서둘러 정리할 필요

부동산 위축되면 내수침체 불가피… LTV·DTI 완화는 현실적인 선택


"건설 대기업 네 곳당 한 곳이 부실화된 좀비기업입니다. 정부의 새 경제팀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부실 기업을 정리해야 합니다." 김준경(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세종시 본원에서 인터뷰를 갖고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경환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내놓은 약 4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방향이나 타이밍 면에서 적절하지만 저성장 고리를 끊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기 경기부양책에 치중해 중장기적인 경제구조개혁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고 김 원장은 제언했다. 김 원장은 저성장 탈출을 위한 경제구조개혁의 주된 과제로 △규제개혁 △부실기업 정리를 꼽았다. 아울러 경제심리를 단기간에 살리기 위해 새 경제팀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 것은 시의적절했지만 이렇게 풀린 돈이 생산적인 분야에 쓰이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에 더 빠져 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또 금리인하가 경기 부양 수단이 될 수 있고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이 기준금리를 낮출 만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빚더미에 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을 확대할 여력은 있지만 저금리 정책이 병행된다면 국고 부담을 덜면서 더 효과적으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서울 홍릉시대 마감-세종시 입주'를 계기로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새 각오를 다지고 있는 KDI의 경제처방을 김 원장을 통해 들어본다.

-우리 경제가 하반기 중 당면한 대내외 리스크가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국내외에 리스크 요인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 같지 않습니다. 설령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낸다고 해도 상당 기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리라고 전망됩니다. 금리 인상은 대략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자국의 경기회복을 자신한다는 의미여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선진국은 문제가 적다고 해도 신흥국 리스크는 남아 있지 않습니까.

△한편으로는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처럼 펀더멘털(경제기초)이 취약한 국가나 민간 신용 증가율이 상당히 높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는 브라질·터키 등에서 금융 불안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시장이 축소될 수는 있지만 여파는 크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에서는 과잉 투자나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이런 문제가 악화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도 약 1%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재정 여력도 있고 부실 기업도 정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도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 거품 문제는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약 41조원대의 기금과 금융을 동원하는 재정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단 부양책의 타이밍과 방향은 적절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부분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단기 경기부양책에 치중해 중장기적인 경제구조개혁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과거 일본의 쓰라린 경험(20여년간의 장기저성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동안 개혁을 말로만 외치고 실행은 등한시했습니다. 그래서 20년간이나 저성장에 빠진 것입니다. 지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3개의 화살을 쏘겠다고 나서는데 세 번째 화살이 바로 규제 개혁, 서비스 산업 개방입니다.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소득이 개선되면 소비가 살아나고 국내외 기업의 투자도 유입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규제를 해소하면 고용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 실증됐습니다. 결국 경제성장의 관건은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빅뱅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친다면 정부가 올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입니다. 그런데 그저 계획만 세워놓아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계획을 확실하게 집행하는 실행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느 분야의 규제를 특히 해소해야 할까요.

△전문자격사 분야 등 서비스업종입니다. 현재는 변호사·의사·회계사 이런 분야의 인력공급을 유관 협회가 나서서 사실상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를 타파해보겠다고 추진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은 이미 유명무실화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기득권에 부딪혀 초기에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득권 집단의 지대 추구행위 자체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갉아먹는 적폐입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철폐하고 대외개방도 해야 합니다. 일본 경제는 과거에 이것을 못해서 주저앉았습니다. 싱가포르 정도의 수준으로 서비스 시장을 열어 국제화를 먼저 치고 나가야 합니다. 교육·의료·법률·물류·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특히 서비스 산업 국제화를 통해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합니다.

-또 다른 구조개혁 과제는 무엇일까요.

△부실 기업을 정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 건설사 네 곳당 한곳은 좀비기업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들이 수두룩해 영업을 해도 대출 이자비용마저 갚지 못하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건설업의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근래에 동양그룹이 어려워진 것도 따지고 보면 발단은 동양건설의 경영난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렇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건설 대기업이 많습니다. 이것을 정리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 경기침체를 답습할 수 있습니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정책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금리는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기 부양 효과를 달성하는 데 금리 정책이 수단은 될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먼저 인플레이션 추이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 거의 2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2% 중반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가안정 목표치인 2.5~3.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 사실만 본다면 금리인하 조건이 됐음을 시사합니다. 두 번째는 경기 상황인데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나마 이어지던 경기 회복세가 올해 4월의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주춤해졌습니다. 세 번째로는 환율 등 금융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물가는 저물가고 경기도 꺾였고 적어도 연말까지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시장에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기 부양책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 문제는 논쟁적인 이슈입니다. 금융감독 규제수단을 경기 대응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저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산, 그러니까 국부의 규모가 약 1경원입니다. 이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나 됩니다. 쉽게 말해 1경원 중 7,000조원이 부동산 자산인 겁니다. 이처럼 높은 부동산자산 비중은 미국의 약 30%, 일본의 약 5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소비 위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제팀의 정책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LTV·DTI 완화가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개연성은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요구하는) 제2금융권에서 저소득층이 대출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올해로 54주년을 맞았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의 창간 5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단호하고 명철한 경제정론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의 미래를 모색하는 참된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담=민병권 경제부 차장 newsroom@sed.co.kr 정리=박홍용기자

사진=이호재기자

계획 수천개 세우기보다 하나라도 실천하는게 중요

● 김준경 원장 지론은

박홍용 기자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강조한 것은 '정책집행'이었다. 수천 개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한가지 정책이라도 제대로 실행해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김 원장은 지난 5월부터 경제혁신 국민점검반을 통해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국민점검반은 2월 대통령 담화문을 통해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59개 세부실행과제가 일선 현장까지 잘 전달돼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사항을 정부에 제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교수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점검반에서 김 원장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함께 공동반장 역할을 수행하며 매달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한 금융기관을 방문한 후 시간선택제도가 고용시장 전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정부가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제도로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하는 탄력적인 인력시스템이다. 이는 출산과 육아로 발생하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동시에 여성 고용의 질적 확충을 위한 대안이라는 게 김 원장의 평가다.

그는 "여성 고용과 시간선택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기업은행에서는 워킹맘이 은행이 가장 바쁜 오후 시간에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해 가사를 돌보는 형태로 시간선택제를 운영해 성공사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금융기관 지점이 1만7,000개에 달하는 만큼 기업은행 사례를 전 금융권으로 확산시키면 수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e is…

△1956년 서울 △1975년 경기고 △1980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1988년 UC샌디에이고 경제학 석·박사 △1996년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1998~2000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2~2006년 KDI 연구조정실장·금융경제팀장·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2005~2006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2006~2007년 KDI 부원장 △2008년 17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 △2008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재정경제2비서관 △2011년 국무조정실 금융감독혁신TF 민간위원장 △2008~2013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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