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 시장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고 청산 기준을 낮추는 등 약관변경을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사는 최근 변액보험 펀드에 대한 운용보수를 낮추기로 하고 약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번액보험인 ‘이스트스프링변액보험슈퍼플러스 RP 증권투자신탁 제 P-1호 [주식혼합-파생형’의 연간 운용보수는 종전 0.2%에서 0.16%로 떨어졌다. 이스트스프링 관계자는 “최근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이 이어지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운용보수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환매수수료를 없애기로 약관을 변경한 운용사들도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한국운용, 한화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등이 채권형ㆍ채권혼합형 펀드에 대해 환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약관을 바꿨다. 종전에는 펀드 가입후 30일만에 해지하면 이익금의 70%, 90일 미만에 해지하면 30%를 물도록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환매수수료 배제를 용인하면서 운용사들이 너도나도 약관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채권 및 채권혼합형으로 설계된 연금펀드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환매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환해수수료를 없앤다고 공시해 투자 매력도를 더욱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산 기준을 완화해 펀드의 수명을 늘리는 운용사도 있었다. 하나 UBS자산운용은 지난달 ‘하나 UBS배당30 증권투자신탁(제1호)[채권혼합]’의 청산 기준을 종전 ‘1개월간 100억원 미만’에서 ‘설정 이후 1년이 지난 후 1개월간 50억원 미만인 경우’로 바꿨다. 청산의 기준 기간과 기준 금액을 낮춰 펀드가 해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새로운 온라인 펀드를 만들거나 운용전략을 설정한 사례도 있었다. 하나 UBS자산운용은 ‘하나UBS차이나증권 자투자신탁(제1호)[주식]’에 대해 원래 신설돼 있던 A,C클래스에 외에 온라인 클래스를 새로 추가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시장이 부진한 것과 달리 온라인 펀드로는 저렴한 수수료와 편이성 때문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운용사들이 약관을 변경해 원래 있던 클래스에 새롭게 온라인 클래스를 설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리자산운용은 최근 채권형 펀드의 채권투자 비중을 자산총액의 90%에서 60%로 낮춰 공격적 운영으로 방침을 바꿨으며 메리츠자산운용은 반대로 ‘메리츠세이프밸런스증권투자신탁 2호[채권혼합]’펀드의 주식관련사채 투자 등급을 종전 ‘BBB+’이상에서 ‘A-‘이상으로 높였다.
자산운용사들의 자구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펀드의 약관 변경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약관 변경을 공시한 건수는 70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35건)보다 62.9%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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