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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로드가 열린다] "체계적 금융지원 시스템으로 'K컬처 세계화'의 씨앗 될 것"
문화콘텐츠 육성 나선 조준희 기업은행장첫 전담부서 신설 등 애정 과시"5~10년후 핵심 성장동력 자신"
이유미기자 yium@sed.co.kr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근무하던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은 당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지난 2002년 일본에서만 2,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러한 대작을 완성한 기술자 10명 중 8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조 행장의 눈길을 끈 것이다.
조 행장은 “한국인들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음악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탁월한 DNA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대로 된 금융지원시스템만 뒷받침 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행장에게 불현듯 찾아왔던 문화콘텐츠 육성의 꿈은 10여년이 흘러서야 싹을 틔웠다. 2010년 12월 은행장 자리에 오른 조 행장은 취임사에서 “녹색산업이 금융의 수종사업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문화컨텐츠산업 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이듬해부터 문화콘텐츠 육성 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에 ▦문화콘텐츠 보증부대출 ▦완성보증부대출 ▦문화콘텐츠 동반성장협력대출(CJ E&M, 초록뱀 등) ▦문화콘텐츠 금융투자 등으로 총 942건에 1,776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리스크를 완화하고 잠재력 있는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문화콘텐츠 평가모형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또 대출이나 투자지원에 나설 때 외부전문가로 구성된’문화콘텐츠 추천위원회’에서 사업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발 빠르고 치밀하게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행장의 또 다른 이력도 작용했다. 조 행장은 6~7년 전부터 중소기업중앙회의 콘텐츠산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착실히 준비해온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기업은행의 유일한 신설조직인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기업은행은 물론이거니와 시중 금융권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조 행장은 최근 문화콘텐츠 사업부를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장은 빛을 보지 못하겠지만 5~10년 뒤에는 문화콘텐츠 사업부가 기업은행을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 사업부서에 대한 은행내 기대감도 높다. 부서원 중 2명을 사내 공모 방식으로 선발할 당시에도 모두 63명이 지원해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또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진흥원와 창업투자회사, 대기업 콘텐츠사업부에서 전문가 3명을 영입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당장은 대출의 90%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이뤄지지만 머지 않아 가능성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기업은행 대출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을 경우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조 행장은 “시중 은행 중에서는 그 누구도 가 본적이 없는 길이기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기업은행의 행보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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