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하반기 경기침체가 실제로 나타날 것인가.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지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들여다 보면 향후 경기에 대한 불길한 예상이 점점 맞아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선행지표는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주요 지표의 상승폭도 지난해 말, 올해 초를 고점으로 둔화되고 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고 있어 경기회복 추세가 하반기 들어 꺾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더블딥 국면이라기보다는 가파른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숨 고르기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선행지표 4개월째 내리막=올해 초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가 처음으로 꺾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부는 "1~2개월 통계만 갖고는 앞으로의 상황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4개월째 선행지수 하락이 지속되면서 이 말은 '기저효과 탓'이라는 설명으로 바뀌었다. 전년 동월비는 최근 12월간 선행지수 이동평균치의 증감률을 쓰기 때문에 추세가 좀처럼 반전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금의 하락세는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임을 일정 부분 예고하는 대목이다. 광공업 생산 상승세도 주춤하다. 4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4월보다 19.9%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월 3.4%, 3월 1.7%에 이어 조금씩 축소되고 있다. 생산활동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지만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지난해 4월보다 14.1% 증가했지만 전월보다는 0.2%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2.2%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산업생산이 19.9%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회복세가 완연한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선행지수 하락세는 기저효과 탓으로 하반기에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상황, 경기변수로 작용하나=4월 산업지표의 주목할 만한 대목 중 하나는 경제 외적인 변수다. 4월 소비지표는 경기 외적 변수가 작용한 대표적인 경우다. 4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7.1%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1.7% 줄면서 두 달째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 감소한 데는 경기가 꺾였다기보다는 노후차 세제혜택이 끝나면서 승용차 판매가 4개월째 줄어든 영향과 함께 이상저온 현상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사회 분위기 침체 등 경제 외적요인이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별로 나아질 게 없다는 점이다. 이상저온은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만 천안함 사태 때 '숙연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지정학적 리스크로 바뀌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릴 경우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속도 위축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경기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침체에 빠지거나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침체)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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