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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쇼크] 주문취소 속출… '경제 버팀목' 무너지나

中東 제외한 대부분 수출시장 갈수록 위축<br>'마이너스성장'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수도<br>실물침체 ·고용불안 등 악순환 부채질 우려


대만의 반도체 업체 A사. 한국 업체에 내년 상반기 3,000만달러 규모의 반도체 장비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자 한국 업체에 내년 4ㆍ4분기로 납품일자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B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국 가전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청소기를 납품하고 있는 이 업체는 최근 미국 제2의 전자유통업체 서킷시티의 파산신청 여파를 그대로 받고 있다. 약 30만달러에 달하는 지난 11월과 12월분 주문이 지연돼 수출물량이 회사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수출 감소폭이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수출주문의 취소나 지연이 급증한 탓이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당초 지난달 한자릿수의 수출증가세를 예상했지만 실제 수출은 걷잡을 수 없이 감소했다”면서 “수출주문이 지연되거나 취소가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11월 수출은 18.3%나 줄면서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또 11월에 비록 3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는 달성했지만 연간 13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올해 무역수지의 적자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정 정책관은 “무역수지 100억달러 적자는 현재로서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대일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11월20일까지 303억달러 적자를 기록,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298억8,000만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더 심각한 것은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이 내년에도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물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중국 등 개도국 시장까지 움츠러들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품목별 수출이 대부분 줄었고 개도국 시장도 위축됐다”며 “수출 감소가 추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자칫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무역정책관도 “글로벌 수요의 감소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동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의 수입수요가 급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더구나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은 실물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수출 감소로 재고가 늘어나자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 늘어난 재고는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고용에까지 파급된다. 고용불안 우려로 소비자의 지갑은 더 닫히게 되고 이는 또 기업의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이 한국경제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서 “솔직히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암울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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