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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요리를 안 하는 아내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요리 소질이 없는데 줄기차게 하는 아내라고 했다. 그만큼 요리에서 맛을 빼고는 아무것도 논할 수 없다는 얘기일 테다. 하물며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뚝딱 멋드러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남자의 뒷모습에 여성들이 흠뻑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누구나 음식을 할 수 있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를 일컫는 '요섹남'이 뭇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늘 주방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린다. 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요리에는 젬병인 기자가 지난 28일 CJ제일제당 백설요리원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 '쿠킹클래스'에 참여해 일일 요리사에 도전해봤다.
연어와 게맛살을 섞어 구운 '연어 케이크'와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가 이날 도전 메뉴로 주어졌다. 각 테이블 위에는 난이도 중간, 조리시간 30분이라는 레시피가 놓였다.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의 김병주 셰프의 시범을 볼 때만 해도 '해볼 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재료도 10여개 밖에 되지 않았고 프라이팬과 칼, 도마 등 고급스러운 주방기구를 보자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당장 연어 케이크의 첫 단계인 파프리카를 잘게 써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가로로 길게 써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손과 칼이 따로 놀았다. 눈으로는 쉽게 풀었어도 막상 시험지를 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수학문제와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셰프의 도움으로 고추까지 썰었지만 다음 단계도 문제였다. 게맛살과 연어를 각종 향신료와 섞어 동그랗게 만드는 단순한 작업인데도 재료들이 제대로 뭉치지 않고 손에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두부 넣는 것을 빠트려 점성이 약해졌다는 셰프의 조언 덕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프리타타는 조금 더 요리법이 복잡했다. 달걀을 푼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마늘을 다지는 데서 또 다시 막혔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하던 것처럼 잘게 썬 뒤 칼 손잡이로 빻는 흉내까지 내봤으나 이리저리 도마를 방황하는 마늘을 주워담기 바빴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프랑크소시지와 양파, 마늘을 볶고 치즈 가루까지 올리니 일단 겉으로는 그럴듯한 요리로 보였다.
1시간에 거친 사투 끝에 완성한 요리는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비록 모양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이만하면 첫 요리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스스로에게 내렸다. 김 셰프는 "순서가 중간중간 뒤바뀌었지만 레시피 대로 각 재료의 양을 정확히 넣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011년부터 선보인 쿠킹클래스에는 최근까지 2만여명이 다녀갔다. 누구나 무료로 신청할 수 있지만 18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평균 경쟁률이 10대1이 넘는다. CJ제일제당 소속 100여명의 셰프가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 지난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한 '맞벌이 남편 생존 요리'와 '아빠의 오감만족 건강 요리'는 접수 5분 만에 매진 사태를 빚었다. 김민경 백설요리원 부장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CJ제일제당 제품을 활용해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며 "최근 요리방송이 인기를 모으면서 쿠킹클래스를 신청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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