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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표현주의를 고집해 온 김혜련 작가가 파주 헤이리 한길아트스페이스에서 3년 만에 개인전 '포도이야기'를 연다. 2005년 학고제에서 소개했던 '신발' 연작에 이어 이번에는 포도를 소재로 한 연작을 소개한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인생의 항로를 미술로 바꿔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인문학적인 감성이 짙게 배어있다. 그림은 장식성이 뛰어난 여느 정물화와 느낌이 다르다. 과일이라는 일반적인 소재를 담고 있지만 거친 붓질로 표현한 포도에는 삶을 열망하는 작가의 감성이 깔려있다. 독일 쉐핑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안 가족을 그리워하며 꿈을 꾼 후 그리기 시작했던 작품이 신발 연작이라면, 먹거리인 과일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을 발견하고 포도 연작에 매달렸다. 전시장에는 2년 전 헤이리로 작업실을 옮기고 몰두해 온 작품 중 200호가 넘는 대작 20점이 걸린다. 독일의 격렬하고 거칠한 신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동양의 고요한 관조를 섞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색을 여러 겹 덧발라 가며 그린 작품에는 격렬한 몰입과 조용한 명상이 교차한다. 한편 작가는 대학 4학년 때 미술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부터 지금까지 작품을 모아 단행본 '내 그림 속의 비밀'(한길아트 펴냄)을 발간했다. 작품과 함께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한 글을 실었다. 전시는 2월 3일부터 3월 4일까지. (031)-949-9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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