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하반기부터 실물 경제로 번지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이 동반 악화돼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행에서 전망한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3%대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며,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 하반기 2%대의 극단적 전망치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대다수 기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실제 내년도 성장률 3%대 추락은 상당히 현실성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한은과 국책ㆍ민간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 예측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경기 저점을 상반기로 관측하고 있으나 최근 미 주택경기 침체가 다음해 말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다음해 말 안에 경기가 회복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연구 기관들은 내년도 성장률이 잘해야 4% 초반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3% 초ㆍ중반으로 밀려 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한은 안팎에서는 내년도 4% 성장률 달성이 버거울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은은 당초 내년 하반기에는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국제금융 위기를 계기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기 전망치를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최근의 안정적 경제 흐름이 이어질지 솔직히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내년도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1.0~1.2% 성장을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정도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뉘앙스다. 실제 지난 2ㆍ4분기데는 전년 동기 대비 0.8% 성장한 4.8%였고, 하반기에는 한은 전망치인 3.9% 밑으로의 추락도 예견되는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4%대 성장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 하는 것”이라며 4%대 유지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 초ㆍ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금융부실이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내년에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내년에는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며 3%대 성장률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3%대, 하반기 4%대로 연간 4%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도 상반기의 경기는 올해 하반기보다 나빠질 것”이라면서 “지금은 수출이 호조세이지만 내년에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망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미국발 신용경색 여진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4% 내외로 낮아질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역시 내년에 감세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4%대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전망기관의 시각은 더 어둡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올 성장률이 3.9%까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ㆍ4분기 5.8%, 2ㆍ4분기 4.8%였던 성장률을 감안하면 3ㆍ4~4ㆍ4분기 성장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무디스는 “국내 수요와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되고, 투자ㆍ소비ㆍ수출 부문이 모두 악화하고 있다”며 “한국경제는 올해보다 내년 전망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도 3%대 성장률을 기정사실화하는 경고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올 3ㆍ4분기 3.6%, 4ㆍ4분기 2.6% 등 하반기 성장률을 3.1%로 전망해 내년도 4%대 성장률 달성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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