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최철한은 우상귀를 내줄 예정이었다. 마땅한 팻감도 없거니와 형세가 충분히 좋기 때문이었다. 결국 흑97, 99를 연타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고 타협이 이루어졌다. 패를 쓰는 과정에서 쌍방의 고수다운 감각이 여실히 엿보였다. 먼저 88로 팻감을 쓴 뤄시허의 감각이 일품이다. 백88은 뒤에 가서 그가 이 바둑을 역전시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은 최철한의 91인데 이 수도 교묘한 타이밍을 얻고 있다. 패싸움의 도중에 둔 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받아 귀를 잡게 될 자리인데 지금은 팻감 관계로 실전보의 92로 참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포인트. 이렇게 되니 나중에 흑이 가로 두어 패를 내는 수단이 남았다. 뤄시허의 94도 묘미있는 팻감이다. 약간 손해의 의미가 있지만 백도 갖가지 뒷맛을 노릴 수 있게 되었고 종반에 이 부근에서 교묘한 수단이 생기는 단초가 되었다. 백100은 뤄시허의 천재성이 번뜩이는 수순. 참고도2의 백1, 3으로 두는 것보다 훨씬 상대를 거북하게 만들고 있다.(90, 96…87의 오른쪽. 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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