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률 제한이 없는 다량납품할인율 제도 탓에 가구 조달시장에서 무한 덤핑경쟁이 벌어지자 가구업계가 공멸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혁신도시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불붙은 공공기관 대형 입찰 경쟁에서 일부 가구업체들이 앞다퉈 할인율을 계속 높여 30% 가까운 덤핑 수주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달 이같은 덤핑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할 방침이지만 관련 제도를 폐지하거나 할인률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어서 중소 가구업계의 고충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전을 앞둔 석유공사 가구입찰에서 A사는 지나달 29.3% 할인률로 수주에 성공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의 가구 제품 대량 입찰에서도 B사가 다량납품할인율을 최고 28%로 책정, 물량을 따냈다. 대다수 업체들이 다량납품 할인율 상한을 15% 안팎으로 정해 입찰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할인율을 2배 가까이 끌어 올린 것이다.
이처럼 혁신도시 이전으로 대형 계약건이 잇따르고 있는 시점에서 업체들이 다량납품할인율 치킨게임을 벌어자 가구업계에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혈경쟁을 하는 이같은 조달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수익성이 계속 악화돼 중소 가구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이다.
한 가구사 대표는 "납품 총액이 크더라도 가구 납품은 품목수가 최소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납품하는데 총액이 크다고 해서 업체가 가져가는 이익도 커지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가구류의 경우 다량납품 할인율을 폐지하거나 업종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과도한 할인 경쟁이 있을 경우 업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량납품할인율이란 조달 시장에서 일정 금액 이상 납품시 업체와 조달청이 미리 정한 할인율을 자동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납품 금액이 커질수록 할인율이 금액별로 1~5단계로 높아지는 구조다.
문제는 최대 할인율 상한이 없다는 것. 다수공급자계약(MAS) 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할인율이 10%로 제한된 품목이라도 다량납품할인이나 할인행사의 경우 할인율 상한은 없어진다. 과거부터 가구업종의 경우 400여개 업체가 조달시장에 뛰어들어 과도한 할인율 적용 문제가 빈번하게 제기돼 왔다.
이에대해 조달청은 오는 9월 제도개선, 11월 개정 제도 시행 등을 통해 다량납품할인율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정재은 조달청 쇼핑몰기획과 과장은 "2단계 경쟁 제안율과 할인율을 비교해 더 낮은 것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11월 제도 시행 이전에 계약한 할인율도 정상화하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제도가 마련되는 대로 다량납품할인율 제도의 병폐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구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 가구 제품 납품건에 한해 다량납품할인율 제도를 폐지하거나 최대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가구사 관계자는 "MAS 2단계 경쟁에서 가격 점수는 전체 평가 점수의 최소 50%에서 많게는 7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압도적인 할인율을 내건 업체가 다른 평가 항목과 관계없이 수주하는 구조"라며 "조달청이 내달 다량납품할인율 제도를 손본다는 방침이지만 할인에 따른 수익률 악화는 개별 업체들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제대로) 개선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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