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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과거로 떠나는 영화 속 시간여행


첫사랑의 과거를 바꾸기 위한 유쾌한 시간여행 이야기 '언니가 간다'


테러를 막기 위해 시간여행에 나서는 수사관의 이야기‘데자뷰'

시간 여행만큼 다루기 좋은 영화 소재도 흔치 않다. ‘백 투더 퓨쳐’ 식의 과거 바꾸기 코미디부터 ‘엑설런트 어드벤처’식의 역사 여행하기, 또는 ‘레트로 액티브’류의 시공간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까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지어 한국영화 ‘인어공주’처럼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한가지 소재를 이토록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과거’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관계하며 살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때로는 피맺힌 회한으로 남아있는 ‘과거’라는 시간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그래서 그만큼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2007년 새해에 관객들은 이런 시간여행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고소영 주연의 한국영화 ‘언니가 간다’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데자뷰’가 그것. 서로 내용도 다르고 스타일도 전혀 다른 영화지만 시간여행의 환상적 느낌만큼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다. 전혀 다르면서도 기이하게 닮은 느낌의 두 영화를 미리 만나보자. ◇ 언니가 간다 - 고소영 주연, 첫사랑 운명 바꾸려 12년 전으로 돌이키고 싶은 지난 과거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당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과거를 바꿀 것인가? 어떤 사람은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관계를 좀 더 원만하게 바꾸고 싶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친구와의 좀 더 깊은 우정을 쌓고 싶을 수도 있다. 또 여행이나 연애 등 그때 미처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꼭 다시 해보고 바꾸고 싶을 수도 있다. 영화 ‘언니가 간다’의 주인공인 30세 노처녀 나정주(고소영)는 첫사랑의 기억을 바꾸고 싶다. 첫사랑에게서 매몰차게 버림받은 후 매사에 자신감을 잃은 그녀. 이후 12년이 지나도록 삶은 나아질 줄 모른다. 서른이 넘었건만 직업은 안정되지 않았고, 애인조차 없다. 심지어 12년 전 그녀를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던 태훈(이범수)이 외국에서 큰 성공을 해서 나타나기까지 한다. ‘아! 내 삶은 왜 이럴까.’ 이렇게 한탄하던 그녀. 바로 이때 기이한 환상에 의해 그녀는 막 첫사랑에 빠졌던 때인 12년 전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나정주. 12년 전의 어린 태훈(유건)을 꼬드겨 어린 정주(조안)과 이어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언니가 간다’는 이런 꿈 같은 설정을 통해 관객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4년으로 안내한다. 1994년이라면 지금 20대 후반인 성인들이 한참 중고생이었던 시기다. 극장의 주고객인 20~30대를 노린 영화의 맞춤전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영화에는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추억코드가 가득하다. 서태지, 듀스 등 당시 유행했던 가수들, 당시 유행했던 청소년들의 패션코드와 그들의 문화가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이런 코드들이 영화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웃음이 유발된다. 타임머신을 다룬 ‘백투더 퓨처’, ‘액설런트 어드밴처’ 등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시간여행 유머들도 재미있다. 과거로 돌아간 정주가 어린 박지성을 만나는 장면, 그녀가 무명가수 윤종신에게 음악적 깨달음을 주는 장면 등은 재치있다. 때문에 군데군데 드러나는 시간여행의 논리적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흥겹다. ‘언니가 간다’는 복잡한 시간의 구조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웃고 즐기고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배우들은 이런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에 썩 잘 어울린다. 특히 고소영의 캐스팅은 적격이다. 차가운 도회적 여인이라는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단 한번도 코미디 출연을 못했던 그녀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코미디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2000년대 여성의 모습을 딱 맞게 표현해냈다. 어린 정주 역의 조안, 어린 태훈 역의 유건, 정주의 첫사랑이었던 하늬 역의 이중문 등 신인 연기자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들은 나이답지 않게 노련하면서도 각기 제 나름의 풋풋함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앙상블을 보고 있으면 하이틴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 데자뷰 - 덴젤 워싱턴 주연, 폭탄 테러 방지위해 4일전 과거로 미래의 어느 때, 전파망원경을 개발하던 과학자들이 우연히 시간의 차원을 통과하는 법을 알게 된다. 시공간을 겹쳐 단기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그렇게 해서 과학자들은 딱 4일전의 과거를 볼 수 있고, 또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는 타임머신을 개발하게 된다. 그때 마침 한 애국주의자에 의한 해상 페리호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수사관 더그 콜린(덴젤 워싱턴)은 타임머신을 통해 테러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다. 신비한 기계를 통해 테러 4일전의 전모를 보게 되고, 그때의 자신에게 메시지까지 보내는 더그 콜린.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사건은 더욱 꼬여만 가고 마침내 그는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목숨을 걸고 테러를 막기위해 스스로 4일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데자뷰’는 이렇게 타임머신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동원해 테러를 막아보려는 수사관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제시되는 단기 시간여행의 아이디어는 이미 ‘레트로 액티브’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이야기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시간을 넘나드는 황당한 설정을 영화는 아인슈타인의 ‘웜홀 이론’등을 이용해 포장하고 이런 설정을 그럴듯하게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 황당한 이야기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몰아가는 재주가 남다르다. 또한 영화는 단 4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둠으로써 긴박함을 증폭시킨다. 거칠면서도 빠른 카메라워크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 사이에 서스펜스에 빠진다. 이런 재미는 감독인 토니 스콧의 내공 덕분이다. 형인 리들리 스콧이 ‘글래디에이터’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것과는 달리 동생인 그는 상업영화에서 재능을 발휘해 왔다. ‘탑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의 흥행작이 그의 작품. 특히 순간순간 휙휙 전환되는 빠른 화면과 가슴을 쿵쿵 울리게 하는 음악으로 관객을 긴박함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장기다. 그의 노하우를 증명하듯 ‘데자뷰’는 긴박하고 빠른 느낌으로 쉽 없이 달려간다. 때문에 짧지 않은 2시간 10분의 상영시간이 휙 하고 지나간다. 긴박한 전반 2시간에 비해 약간 허무한 감이 있는 마지막 10분의 결말은 이 영화의 약점. 너무 쉽게 풀려가는 해피 엔딩이 조금 식상한 면이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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