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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사가 발주하는 ‘36억달러 해양설비(FPSO) 프로젝트’를 국내 조선 3사가 따낼 것이라고 자신하는 핵심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오일 메이저의 신뢰”라고 말한다. 조단위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곳은 현실적으로 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3사에 불과하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토탈사의 프로젝트는 발주금액이나 규모면에서 사상 최대인 만큼 경험과 능력이 있는 국내 조선사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다만 두 개의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개의 회사에 하나씩 나누어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 흐름을 예측한 영업전략이 적중했다=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설비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범용선에 대한 수주를 오는 2010년 이후로 미뤘다. 중국 및 일본이 이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투자단위가 커질수록 믿고 맡길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오일 메이저들은 국내 빅3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고민할 뿐 ‘한국 조선’에 맡기는 것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주하는 일반 선박 건조를 2010년 이후로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해양설비 수주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FPSO를 수주하게 되면 향후 수주되는 해양 부문도 2011년 이후 건조를 조건으로 수주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부가 제품인 해양설비 수주를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놓았다는 이야기다. ◇세계 최대를 향한 도전=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전세계에서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FPSO와 해양플랫폼 등을 수주ㆍ건조한 경험이 있어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의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5년 미국의 오일 메이저사인 셰브런텍사코로부터 1조원에 수주한 ‘아그바미 FPSO’ 건조를 마무리지어 8월 출항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해양플랫폼인 ‘룬스코예A’와 ‘필툰B’를 최근 사할린 인근 해상에 설치하기 위해 출항시켰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해 16억5,000만달러 규모의 고정식 원유시추설비를 수주해 전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조선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국내 조선 빅3는 그동안 해양설비 분야에서 중국 및 일본 기업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기술 진화를 거듭했다”며 “과도한 수주물량을 소화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최근 해외 블록공장을 구축해 범용선박 건조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놓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이날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기존 블록공장의 블록 생산능력을 10만톤에서 20만톤으로 늘리기 위한 공장 확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산둥성 룽청시에 건설 중인 제2의 생산기지까지 감안할 경우 블록의 단위를 키운 ‘기가’ 공법까지 가능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원가절감은 물론 선박건조기간 단축으로 해양설비 수주의 여력을 확보해주는 효과를 동시에 얻게 됐다. ◇실적 경신 행진 잇따를 듯=대우조선은 6월 한달간 총 30억달러(21척)를 수주했다. 이는 단일 조선소 월간 수주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002년 연간 수주액(32억7,000만달러)과 매출액(3조3,7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철강재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새로 발주되는 선박과 해양설비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22일 수주한 초대형유조선(31억8,000톤) 가격은 1억4,100만달러로 역대 최고가다. 조선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조선사들이 선가 상승으로 올 수주목표치를 벌써 절반 가까이 달성한 만큼 올 수주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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