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코스피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여력이 있는 기업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업황은 나쁘지만 주로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거나 정체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최근까지 마케팅과 설비 투자를 확대해왔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앞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력이 커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고 기업의 성장세마저 둔화된 현 구조에서는 이른바 '코스트 세이빙(cost saving·비용 절감 가능)'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에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현대모비스·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상장기업 18곳이 올해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스피가 본격적인 1·4분기 어닝 시즌에 돌입한다. 최근 들어 주요 상장사의 실적 추정치는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이는 지난해 4·4분기 어닝쇼크 이후 시장 컨센서스가 낮아진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3년 넘게 박스권(1,950~2,050포인트)을 뚫지 못하고 기업의 성장도 둔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투자 전략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게 코스트 세이빙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몇 년간 업황 부진으로 매출액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개 마케팅과 설비 분야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은 판매·관리비용과 함께 기업의 영업이익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마케팅 비용이 줄수록 곧바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아모레퍼시픽·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CJ헬로비전·위메이드·메가스터디 등은 마케팅 투자를 많이 하는 대표적 종목이다.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중을 살펴보면 이들 종목은 하나같이 지난해 마케팅비 비중이 최고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2012년 평균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중이 42.9%였지만 2013년 44.4%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35.6%에서 38.9%로 늘었고 현대홈쇼핑(68.6%→75.0%), CJ헬로비전(17.1%→20.1%), 위메이드(41.9%→65.4%), 메가스터디(20.5%→25.8%) 등도 각각 증가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통·교육·게임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를 줄여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여력이 다른 기업보다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를 기점으로 이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케팅비 증가율을 소폭 넘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감가상각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학·시멘트·전자 등 주로 설비투자와 관련된 업종은 분기마다 고정자산의 가격 감소를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기재한다.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감가상각비용 부담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반대로 설비투자가 정점을 찍으면 감가상각비 부담은 줄어든다. LG화학·KCC·한일시멘트·성우하이텍·KH바텍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설비투자가 고점을 찍으면 감가상각비는 1~2년 후 정점을 찍는데 이들 기업은 이미 지난 2011년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9.7~23.6%)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감가상각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업황이 좋지 않은 곳은 마케팅 비용이나 감가상각비용 절감이 큰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 "매출액은 크게 늘지 않더라도 비용 감축에 성공한다면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주당순이익(EPS)이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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