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4.4.4. "오싹한 감금 상황 볼 만" 롤랑 조페 감독의 공포물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롤랑 조페 감독이 공포 영화를?" 영화 '4.4.4.'의 감독 이름을 보고 난 영화 애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롤랑 조페가 누군가. 영화 '미션''킬링필드''시티 오브 조이' 등 이른바 명작 영화로 통하는 작품들을 쏟아낸 장인급 영화 감독 아닌가. 롤랑 조페란 이름을 잊을 수는 있어도 미션이란 영화를 기억에서 지울 수는 없다. 애절한 오보에 선율이 가슴을 울리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이과수 폭포 밑으로 떨어지는 십자가상,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의 여운을 남기는 멋진 연기. 영화 4.4.4.는 명장의 솜씨를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미션이나 킬링필드에 비하면 탄탄한 짜임새나 극적인 감동의 맛은 떨어진다. 더구나 공포 스릴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양들의 침묵'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욕심이다. 하지만 조금만 기대치를 낮춘다면 공포 영화의 기본 묘미를 충분히 즐길 수는 있다. 유명 모델 제니퍼 트리(엘리샤 커스버트 분)가 나이트 클럽에서 한 사내에게 납치된다. 어두침침한 지하 폐쇄 공간에서 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온갖 고문을 당한다. 납치의 희생양이 자신이 처음은 아니다. 그 전에 납치된 사람들의 잔인한 희생 장면을 보면서 그녀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자신처럼 납치돼 옆방에 감금된 남자 게리(대니엘 길리스 분)를 발견하고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영특한 납치범의 잔꾀 탓에 쉽지 않다. 공포 영화의 장기인 극적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납치범의 실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대로 영화는 종말로 향한다. 한국에서 영화 제목은 공포의 숫자 4를 사용했지만 원제는 'Captivity'(포로)다. 갇혀 있는 상황의 긴장과 공포가 이 영화 맛의 핵심이다. 이전 영화에서 진한 인간애의 감동을 전해줬던 롤랑 조페가 간담이 서늘한 공포의 코드를 나름대로 충분히 소화해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물론 있지만 공포 영화로서 적당한 수준은 지키고 있다. 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와 '하우스 오브 왁스'로 할리우드 신세대 스타 배우로 떠오른 엘리샤 커스버트가 주역을 맡았다. 콜린 패럴이 주연을 맡았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폰 부스'의 작가 래리 코언이 극본은 맡아 녹슬지 않은 솜씨를 과시한다. 6월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입력시간 : 2007/07/02 17:47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