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어링의 합병 무산이 두 회사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에는 호재로, 삼성엔지니어링(028050)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가 악화된 삼성엔지니어링을 떠안는 부담을 덜어낸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재무구조 개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과 주가변화 없이 거래를 마쳤고 삼성엔지니어링은 1.12% 하락했다. 합병 무산 소식을 전했던 지난 19일 삼성중공업이 6.39%, 삼성엔지니어링이 9.31% 급락한 것에 비해서는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합병 무산 이후 두 회사의 주가 전망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합병을 강행했다면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했지만 합병 무산 결정으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합병에 대한 시너지보다는 1~2년 정도의 실적악화 우려가 컸던 만큼 합병 무산은 삼성중공업 실적전망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주주들이 장내 매도에 나서면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홀로 자립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무산은 악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돌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 결정 당시 옛 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자본총계가 5조9,000억원에 달하는 점 등이 삼성엔지니어링에 긍정적이었다"면서 "따라서 합병 무산은 자본 규모가 비교적 작고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삼성엔지니어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꾸준히 이어져 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고 삼성중공업이 재합병을 추진하든지 애초에 이야기가 나왔던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하든지 해야 한다"며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언제 합병을 할지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