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MP3플레이어(MP3P)와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는 ‘세빗 2006’을 빛낸 또 하나의 ‘주역’ 이다. 당초 세계 MP3P 시장을 주도해 온 애플과 휴대용 기기의 강자 소니가 불참해 세빗 2006에서는 눈에 띄는 MP3P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애플과 소니의 빈자리를 레인콤, 코원시스템, 엠피오 등 국내 중견 업체들이 메우며 MP3P 종주국의 명성을 과시했다. 레인콤의 경우 부스 규모는 작었지만 관람객이 끊임없이 찾아 들어 예전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관람객들은 레인콤이 선보인 ‘U10’을 직접 만져 보며 독특한 조작법에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레인콤의 변신이었다. 레인콤은 이번 전시회에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단말기 G20과 V10, W10 등 4종의 외관 모형을 공개했다. V10은 음악 및 동영상 외에도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 가능한 PMP로 10.3mm의 초슬림형 디자인에 3인치 LCD 화면을 채택했다. 게임 기능 위주의 G10을 범용화한 G20은 쿼티(QWERTY) 자판을 갖췄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데도 아주 편리하다. 태블릿PC를 컨셉트로 삼은 W10 역시 쿼티 자판에 와이브로 기능을 갖춰 이동 중 에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세빗 2006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울트라 모바일 PC(UMPC)와 외형이 유사해 세계 정보기술(IT)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레인콤의 제품은 PC라기 보다는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이지만 웹 서핑이나 메일 작업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리틀 UMPC’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엠피오는 세계적인 ‘iF 디자인상’ 수상작인 하드디스크형 MP3P 솔리드를 전시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출시 전부터 중국산 ‘짝퉁’ 제품이 나돌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세빗 2006에 짝퉁 제품을 생산한 업체도 참여해 엠피오 관계자가 항의 방문을 하는 헤프닝도 연출됐다. PMP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코원시스템이 지난 해 선보였던 ‘A2’를 비롯해 유경테크놀로지에서 만든 ‘빌립 P2’가 해외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이 같은 평가는 곧장 실적으로 이어져 코원시스템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3개국과 27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현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업체에 4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애플, 소니 등 세계적인 대기업이 디자인이나 기술 노출을 꺼려 세빗 2006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품을 발표하는 사이에 대만ㆍ중국 업체들이 물량공세로 나서면서 기술의 트렌드를 선보이는 세빗이 시장판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대만이나 중국 업체들의 경우 대놓고 짝퉁 제품을 진열하는 ‘몰염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게다가 휴대폰에 위협 받는 MP3P와 UMPC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PMP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이번 세빗 2006은 국내 업체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의 짝퉁 공세, 컨버전스 기기들의 새로운 도전, 애플 등 거대업체의 참여기피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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