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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은 조선업체들 중 실적이 가장 먼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조선업황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수주가격이 함께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1월 탱커선 5척을 한척 당 3,750만 달러에 수주했다. 올해 초 같은 선박의 수주가격이었던 3,050만 달러에 비해 22.9% 상승한 것이다. 과거 호황기 때 척당 4,800만 달러에 달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분명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무현 이트레이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이 PC탱커선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누적된 발주량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가격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현대미포조선은 시장에서 성능이 검증된 디자인과 건조능력을 바탕으로 수주선가를 올리면서 시장점유율도 함께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미포조선의 수주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0억 달러에서 올해는 47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실적이 증가한 것은 주력 선종인 PC탱커선 수주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 PC탱커선 수주실적은 지난해 15억 달러에서 올해 36억 달러로 2배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PC선 수주가 늘어난 것은 중동지역의 플랜트들이 완공되면서 화학제품 운반선 수요가 늘어났고,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에 선주들이 가장 먼저 발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PC선 업황이 크게 회복한데다, STX조선해양이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의 수주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내년에도 PC탱커선 매출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제품이 주력선종으로 단순화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이 PC탱커선을 다량 수주함에 따른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선박을 반복적으로 건조하다보면 마진율 상승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같은 선종을 반복해서 건조하면 경험이 쌓이면서 설계오류, 시행착오 등을 줄여 각종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 불황기에 비교적 낮은 가격에 수주한 옵션 수주분의 경우 동일 선종 시리즈 수주에 따른 '반복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반복건조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익성 강화는 곧장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낮은 가격으로 계약된 옵션 수주분의 경우 동일 시리즈 수주에 따른 반복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건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수익성은 계약시점 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선박가격 상승과 마진율상승을 감안할 때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흑자전환은 2015년에 달성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전망이지만, 비용절감 성과가 좋다면 내년에라도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
안 연구원은 "올해 연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며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저가에 수주한 물량 때문에 흑자전환까지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영업적자 폭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만 SK증권이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0만원으로, 동부증권이 18만원에서 21만8,000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이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높였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분위기는 시장의 기대치를 이미 넘어섰다"며 "주가는 앞으로의 기업가치 증대 가능성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적이 실제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2015년 보다 내년에 상승폭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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