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원칙없는 '투자 사후문책'… 한국 IB시장 고사위기에 당국 투자실패 중징계에 금융사 해외투자 몸사려美기업 이삭줍기 나선 日·中과 비교하면 한숨만… 서정명 기자 vicsjm@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나온 '황영기 신드롬'이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은행(IB)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IB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황영기 신드롬의 불안감과 공포에 짓눌려 IB업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ㆍ일본의 금융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기업들을 이삭 줍기하듯 사들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과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해외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냈고 이에 금융감독당국이 중징계 방침을 내린 것에 대해 '황영기 신드롬'이라고 빗대어 부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투자활동에 제약을 받는 IB인력들이 외국계 투자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운 인력들을 고스란히 외국계 투자은행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IB시장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어 "금융은 투자(投資)인 동시에 문화(文化)"라며 "금융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이 합리적인 금융문화를 조성해 금융사들이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수용문화 정착 시급=정부가 화려한 IB 육성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내 IB시장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IB산업 발전을 부르짓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사들의 해외투자 의지를 사전에 잘라버리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황영기 신드롬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처럼 객관적인 기준 없이 투자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곤란하다"며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해외 기업이나 유가증권 투자에 몸을 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고경영자(CEO) 재임 기간 이후에 커진 투자손실에 대해 사후적 책임을 엄하게 물을 경우 리스크를 수용하며 해외 IB 투자에 나설 금융사들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황영기 신드롬 이후 은행들이 해외 유가증권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헐값에 외국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이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책임소재 공방 때문에 몸을 바짝 숙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에 의한' IB 규제보다는 금융사 자체적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비합리적인 잣대로 금융사의 유가증권 투자결정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준법감시제도,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투자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사후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구경꾼에 불과한 국내 IB=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의 IB 경쟁력이 2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일본 은행들은 미국 IB와 대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분참여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지난 2년간 해외기업 투자에 나선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이는 위험을 감내하는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정신이 사라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보신주의가 금융환경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앞날은 더욱 답답하다. 중국투자공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모건스탠리에 50억달러, 중국공상은행은 스탠더드뱅크에 56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투자공사는 또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민생은행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은행인 UCBH 지분 9.9%를 2억달러에 사들였다. 사무라이 자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모건스탠리 지분 20%를 9,000억엔에 사들였다. 노무라홀딩스도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영업망을 250억엔에 인수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용해 중국과 일본 자본은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남의 일인 양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IB담당 임원은 "답답해 한숨만 나온다"며 "해외 유가증권 투자는 차치하고 국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리스크 회피를 조장하는 금융당국의 마인드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르짓고 있는 IB 육성을 통한 동북아 금융허브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테이킹 정신의 고양 ▦정부의 비합리적인 규제와 제재 배제 ▦금융사 내부의 위험관리시스템 개선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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