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조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짓누르고 있고 예상보다 더딘 중국 경기 회복도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형 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기준으로 연초 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는 2,612억원의 자금순유입을 기록했다. 2월에 1,201억원이 들어온 데 이어 3월 들어 1,304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해 불과 석 달 만에 지난해 순유입(1,743억원)분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도 20일까지 5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개별 펀드별로는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채권-재간접](H)(A)'가 올 해 들어 858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데 이어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종류A'(576억원), '프랭클린템플턴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Class A'(465억원) 등으로 뭉칫돈이 들어왔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기준 'BBB-'등급 아래 혹은 무디스(Moody's) 기준 Baa 등급 미만 신용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한다. 따라서 일반 채권에 비해 위험성이 높지만 주식형 펀드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연초 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는 6.3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이귤은 국내 주식형 펀드(8.98%)와 해외 주식형 펀드(11.84%)의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신흥국채권펀드(6.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0.94%)에 비하면 무려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만큼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도 양호한 수익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정크본드가 발행되는 즉시 모두 소화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완만한 경기회복기에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분석했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어 회사채 금리와 국공채 금리간의 차이인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며 "채권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돼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아직까지 남아있고 세계 경제 충격에 대한 반응도가 크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채권 수익률은 위험선호와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붉어질 경우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금융비용이 상승해 수익률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성과만 보고 하이일드채권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변동성이 크다는 상품 특성을 명확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월 '한국투자베어링하이일드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펀드를 출시했다.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BB~B 등급의 위험수준을 나타내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회사채다. 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회사채를 발굴해 종목 당 최대 1% 수준 이내로 투자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종목은 국가별, 섹터별 약 90~130여개로 분산한다. 제이피모간자산운용도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듀레이션 개념을 적용한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형 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잔존만기가 1~3년으로 짧고 보유기간을 1.75~2년으로 줄여 시장금리와 스프레드에 상대적으로 낮은 민감도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는 지난달 '알리안츠 미국 하이일드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를 신규 설정했다. 이 펀드는 동일 종목 투자 비중을 1%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개별 채권의 부도 위험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섹터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관계자는 "전체 하이일드채권시장에서 미국 하이일드 채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미국 하이일드채권 투자만으로도 충분한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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