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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북핵 파고… 물밑에선 해법모색

북-미 간에 최고수뇌부를 겨냥한 `험한' 말들이 오가면서도 양측 모두 가급적 6자회담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여 주목된다. 북한의 영변 5㎿ 원자로 가동중단 이후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 `북 핵실험 준비설'을 줄기차게 흘리고 있는 가운데 겉으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나름대로 북핵 해법 모색을 위한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화는 북-중 채널을 통한 `강력하면서도 탄력적인' 의견교환을 축으로 여기에한.미.일.러가 의견 개진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북핵 `중간평가'를 위한 한.중.일 방문일정 종료 직후인 지난 29일 백악관 특별기자회견에서 `묘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칭해 `폭군' `위험한 사람' `주민을 굶긴다' `위협하고 허풍떤다'며 한동안 자제해왔던 북한 자극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틀 안에서 해결해야 하며 거기에 참가국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미 행정부 내의 유엔 안보리 회부문제에 대해서도 "6자회담 참가국들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을 배려하는 `성의'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같은 날 오후 서울 남영동 주한미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기자회견문에는 군사행동 옵션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북한은 자신을 묘사하는 그런 표현보다는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아직은 6자회담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도 30일 부시 대통령의 `험한' 말에 부시 대통령을 폄하하는 용어를 구사하면서 대응했지만 그 형식과 내용을 보면 `자제 노력'이 역력해 보인다. 우선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응 수위를 대폭 낮췄다. `세기' 순으로 외무성 성명이 가장 윗선의 대응이라면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변인의 답은 가장 낮은 대응의 형태다. 그 내용에서도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에 핵문제의 해결도 조미관계의 어떠한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거론했을 뿐 6자회담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폄하하는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대응하되 그러면서도 일단 6자회담 틀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피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조건'과 `명분'을 조성해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기존에 내놓은 것 이상의 새로운 뭔가를 줄 수는 없다는 미 행정부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면서 접점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일단 북한이 6자회담 장에 나와야 유연함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을재확인하면서 중국측에는 `설득'만이 아닌 대북 `압박'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은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못내고 있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측이 오는 9일 모스크바 러시아 전승기념행사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북을 검토했으나,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해 그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힐 차관보가 29일 오찬협의후 6자회담 재개와 재개시 실질적인 진전방안을 찾기위해 관련국들간의 `추가적 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중간평가를 내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중국을 매개로 북-미 양국의 입장이 일부 의견접근을 본 것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으로 앞으로 고삐를 죄어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6자회담 틀안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양자회담 틀과 관련해 좀 더 전향적 자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의향을 보였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추가적 노력'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종속변수 격인 일본은 비슷한 입장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에 한국을 비롯해 중국.러시아와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미.일 양국은 지금이야 말로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끝내 거부할 경우 `다른 수단'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국의 언론이 `북 핵실험 준비설'과 안보리 회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대북 제재를 끊임없이 흘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태도에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까지는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시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더 나은 접근법에 중국을 참여시키는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역설한 점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 정부 역시 6자회담이 무산될 경우의 `다른 수단' 논의에는 참여할 수 밖에없지만 "6자회담의 장은 압박의 장소가 아니며 외교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장소"라고 못박는 등 대화를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일.중.러 5개국 간에 `추가적 노력'과 `다른 수단'에 대한 시간과 방법에 대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북한이 미국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유연함을 보일 수 있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적극 해석한다면 진전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이번 주말과 다음 주초로 예정된 일본 교토에서의 아셈외교장관회담 기간에 한.일 외교장관, 한.중.일 `3자위원회'와 러시아 전승기념행사를 계기로 한 한. 중 정상회담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가운데 한.중.일 3국간에 합의된 메시지가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하는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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