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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씨앗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998년 취임직후 취한 중요 결정 가운데 국민들을 매우 의아하게 한 것이 있다. 공직자재산공개를 하면서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의 재산내역을 고지거부한 것이다. 그 후 지난 2월 공직자재산공개 때 까지 4년 내내 두 아들의 재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부양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은 투명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걸맞지 않았다. 솔선수범해야 할 대통령이 공개거부를 했으니 따라 할 공직자들이 많이 나오겠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고 예상대로 그랬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그것이 지금 그 두 아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씨앗이 되리라는 상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들 재산고지 거부에 실망 1993년 공직자재산공개를 최초로 단행한 김영삼대통령은 부친 김홍조 옹을 비롯해 아들에다 출가한 딸까지 가족 전원의 재산을 공개했다. 뒷날 비리혐의로 구속된 차남 김현철씨의 재산도 공개됐음은 물론이다. 김현철씨의 예에서 알수 있듯이 재산공개제도는 자체에 구멍이 많아 권력형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절대적 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만 공개된다면 이 제도만으로도 상당부분의 비리는 차단될 수 있다. 홍업씨와 아태재단 관계, 홍걸씨의 미국생활 문제는 15대 대선 이전에 이미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던 의혹사안이었다. 김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두 아들의 재산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더라면 의혹은 상당 부분 정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김대통령의 두 아들 재산고지거부는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것은 김대통령이 자녀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한 다짐이 워낙 단호했던 데도 원인이 있었다. 김대통령이 "아들문제 만큼은 나에게 맡겨달라"고 국민들에게 공언했을 때 국민들은 김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받아들였다. 아태재단이 검은 돈의 세탁기구로 이용되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볼 때 홍업씨의 경우 재산을 공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기에 홍업씨에게 아태재단의 운영 책임을 맡겼다는 의혹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홍걸씨의 미국내 호화생활에 관한 소문들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심각한 의혹보다는 정치적인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일정한 벌이도 없이 공부를 하고있는 막내아들을 위한 노부모의 과보호 쯤으로 이해 할 수도 있었고, 부양받는 존비속에 해당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공개재산 가운데는 현금재산이 많은 게 특징이다. 김대통령이 홍걸씨와 최규선씨의 관계를 몰랐거나 너무 늦게 안 것이 재산공개를 할 수 없게된 원인이 아닐까 여겨진다. 아무튼 두 아들의 재산고지를 거부했을 때 김대통령의 오늘의 비극은 잉태됐었다고 하겠다. 정치권은 대통령 친인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겠다, 부패방지위원회에 특별감찰기구를 두겠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구나 법으로 하겠다는 발상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인 경우가 많다. 기존의 법과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점에서 공직자 특히 대통령의 재산공개에 대해 국민들이 보다 면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기 대선후보의 재산공개 내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리차단 제도로 확보돼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숨겨놓은 재산이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공격적으로 재산공개를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는 차남의 재산은 공개했으나 장남 이정연씨의 재산은 고지를 거부했다. 병역문제로 국민의 뇌리에 남아있고 민주당에서 주가조작혐의를 두고있는 장남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안 해도 된다는 법대로 안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부패방지위에 특별감찰기구를 두기 전에 충실하게 재산공개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재산공개제도를 고칠 필요도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사생활 및 재산권 보호라는 상충되는 권리의 조화를 위해 마련된 고지거부 조항이지만 현실에선 재산은닉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고지거부조항을 없애든지 존치시키더라도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예외규정을 두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재산형성과정 까지 상세하게 설명토록 할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의 비극은 부패의 차단이 선의나 다짐이 아니라 엄격한 제도로서 확보돼야 함을 일깨운다. 이 점은 두 아들의 재산 고지거부를 간과한 언론도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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