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완화 정책이 나온 후 코스피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 발표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9일 1,99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이틀 만에 수직 상승, 2,010선을 회복했다. 거래 첫날에는 원·달러 환율 급락이 ECB발 유동성 훈풍을 잠재우더니 하루 만에 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코스피가 ECB발 유동성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부담감 사이에 끼어 좀처럼 방향성을 갖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수 급등락에 대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ECB 유동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요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하반기에 나올 ECB의 추가 양적완화 카드와 맞물려 상승하고 원화 값도 지금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달러당 1,050원선에 다시 수렴하면서 대형 수출주 위주인 코스피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1.09%(21.77포인트) 오른 2,011.8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5일(현지시각) ECB의 유동성 완화 조치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9일만 하더라도 당초 기대와 달리 5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1,990선까지 밀렸다. ECB 정책 발표 후 이틀 동안 코스피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많이 올랐던 삼성그룹주가 차익 실현 매물과 지주사 전환 무산 가능성이 겹치면서 하락한 탓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부문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바로 ECB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의 방향이 엇갈리면서 코스피가 급등락했다는 것이다. 양해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ECB 정책의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어느 정도 미리 반영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 1,020선이 무너지면서 대형 수출주 위주인 코스피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CB의 유동성 완화 조치는 유럽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으로 이어져 지수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은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 전환으로 최근의 하락세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 통화완화 정책→유로존 유동성 확대→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원·달러 환율 약세'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날 원·달러 환율은 5년10개월 만에 1,020선이 깨지면서 1,016원20전까지 밀렸고 ECB발 훈풍도 당초 기대만큼 불지 못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팀장은 "유로화 약세를 노린 ECB의 정책이 공격적이지 않았고 환율이 ECB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라며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 강세 요인이기 때문에 원화가 자연스럽게 약세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ECB발 훈풍이 하반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 좋은 재료인 동시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 위기에 놓인 유로존을 부양하려는 ECB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유로화 약세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로화의 약세가 이어지면 달러화는 강세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최근 세 자릿수까지 위협 받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ECB발 훈풍이 현 시점에서 국내 증시에는 미풍 수준이지만 하반기에 타킷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TLTRO)이 본격 실행되고 자산 매입 등 추가 양적완화 카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효과는 시차를 두고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도 결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이기 때문에 달러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는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환율이 단기적으로 1,010원대 에 진입할 수 있겠지만 세 자릿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반기에는 1,050원선으로 수렴하면서 증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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