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북아 금융허브, 어림없는 일" 서비스시장 급격 개방땐 엄청난 실업문제 발생盧대통령 '시장에 권력 넘어갔다' 발언 직무유기대운하 ,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신중해야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일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야기는 어림없는 일"이라며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고 우리 경제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또 "정부의 시장개입을 위한 제도에 대한 연구 없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직무유기"라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과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에서 열린 제1회 관훈포럼과 오후에 열린 신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한국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관훈클럽 연설에서 장 교수는 동북아 금융허브에 대해 "금융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특화하고 제조업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장기간 영국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로 서구와의 역사적 유대가 있고 몇 백년 동안 서구인들이 살아온 커뮤니티가 있어 금융허브가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역사를 바꾸지 않고서는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금융 중심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차지한 만큼 앞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는 제조업이 가장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하이나 일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를 모두 풀어버리면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은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원화 평가절상 압력이 생겨 제조업 수출에 치명타를 줘 제조업이 망한다"며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조업을 죽여 금융을 발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충고했다. 서비스업 시장개방에 대해 장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 서비스 회사 사장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 서비스업 종사자의 절반은 해고할 수 있을 정도로 과잉고용이 존재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서비스시장을 급격히 개방할 경우 엄청난 실업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본주의시장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온 그는 또 출판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고위관료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잇따른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해 "퇴임 후 무엇을 먹고 살까를 계산하다 보니 퇴임 후 연결되고 싶은 세력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세우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며 "이들이 퇴임 후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로 간다거나 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국민들에게 신의를 저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정책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상명하달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던 60년대 박정희 정권식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라며 "반도체ㆍ마이크로웨이브ㆍ레이저 등 핵심기술은 모두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것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과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인상과 관련, "미국이나 스웨덴 등 소득세를 처음 입안했던 1930년대 당시 정부가 엄청난 조세저항에 부딪쳤지만 지금은 세계적 선진국가가 됐다"며 "세수를 늘리기 위한 단순한 행정력 강화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틀(제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야 간 정치적인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 정책도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1등만 하는 학생이 모인 그룹에 5등 하는 학생이 들어가면 해볼 만하지만 15등짜리가 들어가면 분명 성적이 처지거나 포기하기 쉽다"며 "한국은 아직 15등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어 1등 그룹과 자유무역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방 시기는 소득수준이나 생산성 등 무엇으로 기준을 잡아도 1등 국가의 70~80% 수준에 다다랐을 때"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운하건설 공약에 대해 그는 "대중교통이 부족했던 시대 건설됐던 유럽의 대운하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신중해야 할 것" 이라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장 교수는 영어교육 열풍에 대해 "우리나라는 영어와 어족이 달라서 영어를 배우려면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면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영어를 전문적으로 하고 다른 전공을 할 사람은 자기 전공에 매진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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