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업황 부진을 겪던 조선업이 올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대형 조선주 주가가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기존 수주잔액이 많아 신규 발주가 나올 때까지 버틸 힘이 좋은데다 전세계적으로 발주가 증가하는 선종이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이 돋보이는 분야여서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를 독식할 것이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판단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1.42%(3,000원) 오른 21만4,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대우조선해양도 0.68%(400원) 상승한 2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만원대에 바싹 다가섰다. 특히 기관은 최근 4거래일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각각 32만주, 27만주 이상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외국인도 대우조선해양을 7거래일 연속 55만주 넘게 사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1.19%)도 최근 6거래일간 강세흐름을 이어갔고 이날 보합으로 장을 마감한 현대미포조선 주가도 최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선주의 반등 배경에는 올해부터 예정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증가가 있다. 영국 조선ㆍ해운통계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2월 현재 국내 조선 4사는 전세계 3,000TEU(1TEU는 컨테이너 1대)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62.4%, LNG선은 80.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 곧바로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형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 PC(제품운반)선, 해양작업선의 발주가 늘어날 전망인데 이는 모두 국내 조선사가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선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잔액이 많아 올해 전세계 조선업체들 사이에 일어날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비켜서 있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올해 선박발주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수요가 늘어나는 형세를 보이면서 수주잔액이 많은 국내 업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2월 현재 금액기준 수주잔액은 한국이 1,069억달러로 중국(721억달러), 일본(336억달러)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올해 선박수주 환경이 국내 조선업체에게 유리한 데다 일본ㆍ중국업체들은 수주잔액마저 국내업체보다 적어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버틸 체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양 연구원은 “상선 신규 발주 시장이 올해 이후에나 회복하고 선종별로도 발주량이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업체 대비 기술력이나 품질이 확보되지 않는 조선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이나 일본 등 전세계 조선사들의 수주잔액이 1년 6개월 이하지만 국내 조선 4사는 2년 수준의 작업물량을 확보해 다가올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ㆍ4분기 어닝쇼크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국내 조선사가 미회수 대출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큰 폭의 수익감소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국내 조선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지난해 4ㆍ4분기 대만TMT사의 선박 등 여러 매출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3,000억원 이상 설정해 국내 업체들이 충담금 설정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에서 벗어났다”며 “올해 신조시장이 회복세 보이면서 조선업종의 모멘텀이 살아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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