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위기에도 외화조달 척척… 어메이징 코리아뱅크
●은행 글로벌본드 발행 성공 잇따라올 57억달러 조달… 작년 전체규모 육박금리 낮아지고 헤알화 등 통화 다양해져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지난해 9월 국내의 한 시중은행은 뉴욕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진하다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이를 두고 뉴욕의 투자은행(IB)은 "한국 금융의 망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 반년이 안돼 상황은 바뀌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도리어 올랐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내놓은 글로벌본드의 인기도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조달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졌고 발행금리는 대폭 낮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안한 유럽시장을 제외하고는 어느 지역에서 글로벌본드를 발행을 하더라도 낮은 값에 성공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국내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척척 외화를 빌리는 모습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조달 규모, 지난해 전체 규모 육박=지난해 국내 금융기관이 달러로 조달한 외화는 모두 85억달러다. 엔화 조달도 2,800억엔에 달했는데 두 화폐로 조달한 외화는 120억달러가량 된다. 지난해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성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록도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글로벌본드 발행이 이어지면서 20일 현재 달러로 조달한 외화는 57억달러다. 올해는 사무라이본드(2,500억엔), 딤섬본드 등의 발행이 이어지면서 달러 외의 조달까지 포함할 경우 지난해 전체 실적에 육박한 상황이다. 발행건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까지 금융기관은 12차례에 걸쳐 글로벌본드를 발행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세 배에 육박한 31차례나 된다.
단일 발행규모도 커졌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단일로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에 성공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8대1에 달하기도 했다. 3억~5억달러 물량이 주를 이루는데 7억달러 본드를 발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금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뜨겁다는 얘기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연초에 한국계 물량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2억5,000만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5월에는 1,000억엔의 사무라이본드 발행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수은 관계자는 "일본이나 홍콩 등 아시아지역에서의 유동자금은 매우 풍부하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도 낮고, 통화도 다양해져=발행물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행금리는 낮아졌다. 실제로 1월에 외화차입 가산금리(5년 이상)는 267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5월 평균은 165bp로 100bp가량 떨어졌다. 수은이나 산업은행 등의 발행조건은 더 좋다. 예컨대 이달 중순에 사무라이본드와 딤섬본드를 동시에 발행에 성공한 산업은행의 경우 사무라이본드 발행금리는 1.05~1.31%다. 올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한국계 가운데서는 최저금리를 받았다.
과거 달러 중심의 글로벌본드 발행에서 벗어나 통화도 다양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달러 외 엔화나 위안화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엔화는 물론 브라질 헤알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태국 밧화, 스위스 프랑화 등 여러 지역의 현지통화로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 수은의 경우 올해 조달한 70억달러 가운데 40억달러가량이 달러 외의 화폐다. 또 이들 통화로 조달한 규모도 많게는 10억달러가량에 이르는 등 외화차입선의 다변화 전략이 확연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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