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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농산물에 대한 수입부과금 금지를 요구하는 등 한국의 농정정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측은 또 밀ㆍ옥수수 등 쌀을 제외한 상당수 곡물류의 개방 확대를 요구, 사실상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미 FTA 우리 측 협상단에 따르면 4차 협상 첫날 미측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농산물 수입쿼터 관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국영무역 배제와 수입부과금 금지를 요구했다. 한국은 현재 쌀과 고추ㆍ마늘ㆍ양파ㆍ참깨 등 15개 품목에 수입부과금을 적용, 저가 농산물 수입에 따른 이익의 일정 부분을 회수하고 있으며 쿼터제를 적용해 수입하는 농산물의 경우 aT(옛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에서 수입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측의 국영무역 배제와 수입부과금 금지는 자국 농산물 수출업자의 시장접근도 향상과 이익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우리 농산물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수정하라고 요구해 곤혹스럽다”면서 “품목 특성과 시장여건에 따라 다양한 관리방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측이 3차 협상에 이어 4차 협상에서도 수출액이 크면서 국내생산 규모는 작은 품목에 관심을 표명해 옥수수ㆍ대두ㆍ밀ㆍ근채류 등의 시장개방 확대를 용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부문 협상단의 한 핵심관계자는 “관세율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곡물류 등은 관세부과로 인한 보호효과가 낮아 단기 철폐가 부담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혀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양국 협상단은 농산물 이외에도 이날 일반상품ㆍ섬유ㆍ자동차 등의 관세양허안(개방안) 조율을 집중적으로 시도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는 않았다. 한편 협상장이 마련된 제주 신라호텔 중문단지 주변에서는 농민 등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한미 FTA 반대 측에서는 원정시위대 1,200여명 등을 포함한 총 1만3,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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