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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우려되는 美 보수정책

보수주의의 비판론자들은 보수주의 경제 정책은 감세(減稅) 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나 자신조차 그렇게 말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사과한다.중간선거의 승리에 자신감을 얻은 보수주의자들이 증세(增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하는 증세는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보통 그렇듯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을 통해서다. 이 신문의 논설위원들은 일부 저소득층이 소득세를 조금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화가 난 것은 조세수입이 줄었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운 좋은 인간들"이라고 부르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갖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신문은 연 소득이 12,000 달러인 "운 좋은"가상적 근로자를 상정한다. 신문에 따르면 이 근로자가 내는 세금은 소득의 4%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계산은 현실에 대한 악의적 왜곡으로서 소득세만을 고려하고 있다. 사회보장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고려하면 연 소득이 12,000 달러인 근로자는 분명 소득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흥미롭게도 신문이 저소득 근로자들의 세금이 "증오심으로 피가 끌어 오르게 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데 가장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신문의 이 같은 입장은 보수파 내부의 우려를 드러내는 것이다. 신문은 앞으로 있을 감세의 혜택이 기업과 부자들 뿐만 아니라 보통의 가계에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정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지 않도록 정부 정책은 그들에게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이 신문 사설의 관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하원의 공화당원은 최근 실업보험의 확대를 반대했다. 이 같은 반대의 결과로 이 달 말 80만 명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수당 지급이 중지될 것이다. 이는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다. 또 수요 진작을 위해서 감세가 필요하다고 행정부가 주장하는 상황에서 소득에 따른 지출변화가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줄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인 듯 보인다. 그러나 국민에 고통을 주는 것은 국민들이 정부를 싫어하게 만들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보수파의 정치관을 상기하면 왜 이 같은 정책이 선택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보수파의 비뚤어진 정치관을 더 잘 보여주는 예는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의 재정지원 중단 결정이다. 자세한 입법과정은 복잡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보수파가 지금껏 성공적으로 유지돼 온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원을 유지하는데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정지원 중단의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 예산관리청의 추정에 따르면 향후 3년간 90만 명의 어린이들이 건강보험을 상실하게 된다. 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정부가 나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정부는 좋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이 그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가? 이 같은 일련의 잔혹한 조치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나? 우리는 "동정심 있는 보수주의," "한 명의 어린이도 놓치지 말자" 등이 공허한 구호였음을 알 게 됐다. 또 우리는 오늘날의 보수주의가 실제로 얼마나 냉혹하고 극단적인지 알게 됐다. 일부 민주당원은 작은 정부를 만들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보수파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이들은 보수파가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라고 만족해 할 것이라는 상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보수파의 야망에는 끝이 없으며, 온건파의 어떤 제안도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에는 보수파가 없애버리려는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다수 국민들도 이 같은 보수파의 본질을 알아챌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 같은 점을 얼마나 빨리 깨닫는가는 온건한 정치인들이 이슈를 분명히 설명하는가 혹은 보수파의 주장을 따라 하며 이슈를 흐려 놓는가에 달려 있다. (LA타임스 신디케이트) /폴 크루그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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