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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베리아 송유관 잡아라” 日-中 사활건 유치경쟁
입력2003-06-30 00:00:00
수정
2003.06.30 00:00:00
김창익 기자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의 원유 확보를 둘러싼 일-중간 주도권 싸움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30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동시베리아 송유관 유치전 양상이 중국측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측에 대규모 추가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을 러시아에 긴급 파견, 29일 빅토르 그리센체코 러시아 부총리를 만나 이 같은 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제시한 추가 지원금 규모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시베리아 원전 도시인 앙가르스크와 러시아 극동항인 나홋카를 잇는 총연장 3,800km의 송유관 건설안을 내놓으면서 건설비 50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한 바 있다. 반면 중국측안은 앙가르스크와 자국의 다칭을 잇는 총연장 2,400km로, 지원 금액은 17억달러다.
그러나 러시아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국안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이 대규모 추가 자금 지원을 내걸고 `막판 뒤집기`에 나선 것.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러시아가 중국쪽 손을 들어주려는 것은 비용도 문제지만 일본측의 무성의한 대응 자세에 대한 불만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송유관 유치를 위한 외교전을 진두 지휘하고, 가와구치 외상을 급파한 것도 러시아측 지도자들의 노여움을 풀기위한 `자세 낮추기`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양국 국경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공동 탐사키로 합의,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면서 `막판 굳히기`에 나섰다.
일ㆍ중 양국이 이처럼 동시베리아 유전 확보에 혈안인 것은 송유관 유치 여부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급에 대한 세력판도가 달라지기 때문. 원유 수입량 면에서 각각 세계 2ㆍ3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과 중국으로선 안정적인 원유 공급선 확보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국이 최근 공히 중동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역내 유전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동시베리아 유전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최종적으로 중국안을 결정할 경우엔 한국이 극동지역의 원유 정제기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홍콩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정제 기술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10년 정도 앞서 있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송유관을 다칭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의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한국의 SK㈜의 주식 매입에 나선 것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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