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평행선을 달리던 북ㆍ미 양측의 견해차를 좁혀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냄으로써 동북아의 강력한 중재자로서 ‘실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흔들림 없는 대화해결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외교부 논평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못박았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핵 실험 이튿날인 지난달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도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국가들이 발표한 입장으로 볼 때 여전히 대화와 협상,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이 나온 다음날인 15일 밤에도 긴급성명을 통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킨다는 입장에서 결의안 초안 협상에 참여했다”면서 “중국은 관련국이 냉정하고 신중하며 책임 있는 태도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공동 노력해주기를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6자회담 당사국들에 대한 중재노력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북핵의 대화해결 원칙’에 합의한 것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이후 중국은 부총리급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급파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에서 북측의 6자 회담 복귀 가능성을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20일 방중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도 ‘북핵의 평화로운 해결’이라는 합일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에 적절하게 ‘채찍’도 가했다. 중국은 유엔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조금씩 높여갔다. 북한ㆍ중국간 물동량의 70~80%를 차지하는 단둥(丹東)에서는 은행을 통한 대북송금 중단 조치에 이어 이 지역 기업들의 현금결제가 금지됐고, 세관을 통한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유입이 중지됐다. 또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는 6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제재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내미는 대화의 손길을 더 이상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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