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건조를 위한 선수금 환급보증이 시중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이 낮았을 때는 선박 건조를 발주하는 선주사들이 국책은행이나 국가의 보증을 요구했지만 일반 시중은행의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시중은행의 보증도 선주들의 인기를 얻어나가면서 시중은행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선주들에게 선수금 환급보증을 해준 실적이 147억6,9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실적인 158억9,5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선박 건조 선수금 환급보증(RGㆍrepayment guarantee)이란 선주가 조선사에 미리 지급한 배값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RG 보증료가 계약액의 0.3~0.4%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들이 이 금융기법을 통해 올 상반기에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보증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경기가 장기 호황을 지속하면서 선박금융시장이 올해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은행들이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그동안 미미한 실적을 보였던 시중은행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RG 실적이 전무했던 신한은행은 올 들어 이 시장에서 5억2,5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RG 부문에서 10억달러의 실적을 낸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중에 20억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5월 한진중공업에 2억달러의 RG를 실시한 데 이어 6월에는 IMP중공업과 1억5,000만달러의 RG 계약을 성사시켰다. 국민은행의 RG 실적도 지난해 14억달러에서 올 상반기에 17억달러로 호전됐다. 이에 따라 전체 RG시장에서 3개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0%에서 올해는 28.6%로 높아졌다. 아울러 올 상반기 3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실적을 모두 초과달성했다. 상대적으로 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수출입은행의 올 상반기 실적은 105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실적 134억9,500만달러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이는 조선경기 호황과 은행 신인도 향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RG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곽준석 신한은행 종합금융심사부 심사역은 “과거에는 주요 선박 발주처인 유럽이나 아랍계 선주들이 정부와 국책은행의 보증을 요구해 국책은행이 이 시장을 주도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높아지고 대규모 순이익을 거두면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기준으로 ‘A3’에 ‘긍정적’으로 분류돼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 주력 영업 부문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향후 5년 정도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 선수금에 대한 지급보증업무는 소수의 정예인원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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