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출산 고령화시대 온다
입력2003-02-21 00:00:00
수정
2003.02.21 00:00:00
남녀평등시대를 지나 여성상위시대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여성의 가정적·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가정에서 아내와 딸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도 전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높아졌다. 여성 법조인이 갈수록 늘어나는가 하면,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 같았던 분야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경찰서장에 이어 여성 장군도 배출됐다. 따라서 이제 남존여비니 여필종부니 삼종지도니 하는 소리들은 모두 구악처럼 일소된 옛말이 돼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이를 낳는 것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천지개벽을 해도 남성이 임신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 6.0명, 1970년 4.54명, 1980년 2.83명, 1992년 1.78명, 2001년 1.30명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 1.30명은 OECD 평균 1.60명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아울러 인구의 노령화도 가속화해 지난 200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339만명으로 전체인구 4,700만명의 7%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노인인구가 오는 2030년께는 현재보다 3배 이상인 1,16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저출산 노령화 현상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무엇보다도 생산인구의 감소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고, 입영대상자가 줄어들어 병력자원이 부족할 것이며, 학생이 줄어들어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는 곧 국가경쟁력·국방력 약화와 직결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 내부적으로는 젊은 노동자가 보다 많은 노인을 부담하게 되며, 당연히 노인의료비 부담율도 높아질 것이다.
농어촌의 경우는 더하다. 갓난아이 울음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는 마을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이농현상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인구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고민도 여간 크지 않다고 한다. 주민수가 5만명이하면 직제개편과 인원축소가 불가피함에 따라 이웃 지역의 주민을 무더기로 전입 시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시·군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산모에게 출산·육아용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신생아에게 은팔찌를 선물하거나 아예 현금으로 출산장려비·출산보조비를 주는 지역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설상가상격으로 여성의 요구에 따른 이혼율도 갈수록 높아 가는 추세다. 가임여성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나마 임신·출산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니 큰일이다. 물론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사회적 여건도 불충분한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영위하고자 열심히 맞벌이를 하는데 정부차원의 탁아·보육·교육시설이 이를 뒷받쳐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모두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증가는 너무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단순한 이기심 때문에 출산을 기피한다면 이야말로 국가적 손실이 아니겠는가.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아이가 딸리면 귀찮아서, 아이를 낳으면 몸매가 망가져서, 이혼할 때 골치가 아파서.... 등등의 핑계로 젊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기피한다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인재가 바닥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나라를 지킬 병력이 모자라면 마침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인구감소는 이처럼 국력성장·국가발전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젊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지속된다면 머잖아 이 나라에는 노인들만 남을 것이다. 당장 나 혼자 편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여성과 남성을 떠나 전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맏며느리가 아니라는 핑계로 늙고 병든 시부모를 생전에 단 하루도 모시지 않으려는 여자도 부지기수. 아무리 시부모를 모시기 싫어하고, 남편의 말을 우습게 여기는 덜 떨어진 여자라도 나라의 장래는 생각해야 되지 않겠는가. 아니, 거창하게 나라의 장래를 말하기에 앞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돈 버는 기계`로 여기며 수족같이 부려먹던 남편이 먼저 죽고 자식도 없이 홀로 늙어갈 여자가 숱하게 많아질 것이다. 그런 쓸쓸한 노년을 한번 상상해보라. 물론 이는 일부 젊은 여성, 젊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황원갑(소설가 한국풍류사연구회장)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