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문제네요. 사이다 한번 찍읍시다.” 스트레스도 많고 경쟁도 치열한 전자업계에서 시트콤 촬영 등 이색적인 소통 방식이 경영에 도입돼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에 신경을 쓰고 있는 LG전자가 그 주인공. LG전자는 각 사업부별로 기상천외한 소통방식을 동원, ‘커뮤니케이션 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4일 LG전자에 따르면 DA사업본부에서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리얼 공감 시트콤 ‘사이다’를 찍는다. 일터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을 코믹하게 다뤄 자칫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는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지난 6월 사내 방송으로 첫선을 보인 ‘사이다’는 1편에서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는 ‘나 잘난 대리’와 업무가 바쁜데 웬 교육연수냐고 화를 내는 파트장의 대립을 다뤘다. 2편에서는 면담하자고 한 뒤 업무지시만 내리는 그룹장을 다루는 등 조직 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시트콤이 방영된 후에는 해결책을 찾는 설문조사가 실시된다. 이후 오성호 조직문화 그룹장이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 LG맨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치 부부의 다툼을 다룬 ‘부부클리닉’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시청자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투표를 하며 이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는 과정과 흡사하다. LG전자 DA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시트콤을 볼 때는 폭소가 터지지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점점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발전적인 직장문화 형성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DM사업본부는 직원만족 조사를 실시한다. 사원 가치가 실현돼야 고객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게 DM사업본부의 판단. 특히 본부 내 전 그룹들이 그룹장 없이 모여 회사 만족도를 저해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해외마케팅팀이 한달에 한 번 정시 퇴근하는 ‘가족의 날’과 자신이 원하는 날을 지정해 일찍 퇴근하는 ‘마이 데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제도의 성과다. 그런가 하면 DD사업본부는 ‘유레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종의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특히 ‘칼퇴근부대의 야근부대 점령기’ 편은 눈치 안 보는 정시퇴근 문화가 본부 전체에 퍼지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이달 초에는 2명의 현장사원을 출근에서 퇴근까지 밀착취재해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해 사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유레카’를 기획한 홍점표 홍보문화그룹장은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해결방안까지 모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자랑했다. MC사업본부는 아침방송을 운영한다. 평택사업장의 아침방송팀은 오전7시48분부터 5분간 아침을 여는 사내 방송을 실시해 지난해부터 8명의 사내 아나운서까지 배출했다. 월요일에는 사업장 주요 일정을, 수요일에는 구매 관련 소식 등 요일별로 주제도 다르다. LG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뒤에는 이처럼 사내 소통 혁신이라는 비밀 병기가 숨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