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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오르고 제품가는 내려 '빈손'
입력2004-12-01 18:05:29
수정
2004.12.01 18:05:29
최수문 기자
유가·국제원자재값 고공행진에 환율하락 겹쳐<br>채산성 전망 5년6개월來 최저…내년은 더 암울
수출이 2개월 연속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무역흑자도 늘어났지만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수출호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되며 환율 급락세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수출기업들이 느끼는 채산성 전망이 5년6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는 한국은행의 조사가 이를 반증한다. 내년 초 수출의 급격한 둔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11월의 수출급등과 무역흑자 확대는 환율급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출 밀어내기와 수입 늦추기(lead and lag)’ 현상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원자재 수입은 늘어난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년동월 대비 지난달의 수입증가율은 30.3%. 늘어난 수입대금의 대부분을 원자재(수입증가율 43.2%)가 차지했다. 원자재 수입이 급증한 것은 유가와 국제원자재 값의 고공행진 때문. 유가는 전년에 비해 36% 올랐다.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각각 14.6%, 10.6%로 전체 평균을 밑돈다. 전반적인 설비투자 부진과 내수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되지만 절대액수에서도 지난 10월 수치보다 줄어들었다. 11월20일까지 수입액은 자본재 47억5,000만달러, 소비재 14억2,000만달러. 10월(1~20일)의 51억8,000만달러, 15억3,000만달러에 못 미친다. 당장 급한 원자재 외에는 수입을 최대한 자제해 무역수지 흑자폭이 커졌다는 얘기다.
자본재 수입의 정체는 장기적인 전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가율은 8월 31.5%를 기록한 후 9월 17.7%, 10월 14.2%로 계속 줄고 있다. 덕분에 설비투자 추이도 9월과 10월에는 성장률이 각 -0.5%, -0.9%에 그쳤다.
문제는 악재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리 앞당겨 선적한 탓에 수출 급증세가 둔화하고 미뤘던 수입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내년 초에는 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다. 수입증가율은 이미 4개월 연속 수출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 수출 의존도가 큰 여건에 비춰 우리 경제의 성장탄력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환율하락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닥쳐오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고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고유가 등으로 원재료 구입비용이 높아진 반면 달러 값이 싸져 수출대금은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물량이 늘어도 이익은 그에 맞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의 체감온도는 더욱 낮다. 한은이 조사한 수출기업의 채산성 BSI는 11월 69로 전월 76에서 7포인트나 내려갔다. 99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채산성 악화요인은 환율하락으로 제품판매 가격이 낮아진 탓이다. 기업들이 답한 제품판매가격지수도 10월 103에서 11월에는 98로 떨어졌다.
높은 유가도 문제다. 최근 유가 상승세 둔화와 환율하락으로 영향력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은 원재료 구입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원재료구입가격 BSI는 11월 133을 기록했다. 전달 143보다는 낮지만 기준치인 1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수출기업들은 향후 전망도 어둡다고 내다봤다.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 수출기업 채산성전망 BSI는 11월 81에서 12월 73으로 크게 하락했다.
중소기업청과 산업연구원이 230개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 1,083원이 손익분기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아래로는 밑지고 판다는 이야기다. 환율이 999원이 되면 수출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조사업체들은 답했다. 수출업체들은 뛰는 유가에 떨어지는 환율, 밀어내기 수출의 후유증이 겹칠 내년 초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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