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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4% 성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민간소비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고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깨며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가 재정적자를 용인하고 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정책대응 수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정책당국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27일 KDI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로 사실상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경제성장률 역시 3.7%였지만 새로운 국민계정 체계와 기준년 개편에 따른 기준으로 환산하면 3.9%라 사실상 0.2%포인트 포인트 내린 것이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ㆍ4분기 소비가 부진한데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민간소비가 약해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4.1%)는 물론 한국은행(4.0%)보다도 낮다.
더구나 KDI는 분기별 성장률 전망을 △2ㆍ4분기 3.7% △3ㆍ4분기 3.6% △4ㆍ4분기 3.5% 등으로 1ㆍ4분기(3.9%)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떨어지는 '상고하저'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해 하반기 전망치(3.6%)보다 0.9%포인트나 낮은 2.7%로 떨어뜨렸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 역시 각각 8.0%와 2.8%로 0.4%포인트, 0.1%포인트 내렸다.
실제 소비심리는 풍전등화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05를 기록했다. 낙관과 비관을 나누는 기준선인 100은 넘지만 지난해 9월(10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세월호 참사가 반영된 첫 소비자동향 조사다.
이와 관련해 9일 금통위에서도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한 금통위원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소비심리의 최대 장벽인 가계부채는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깼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14년 1ㆍ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1ㆍ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02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4,000억원 늘면서 지난해 말의 1,000조원 돌파 이후 1분기 만에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가세도 전년 대비 6.4%로 가팔라져 지난 2012년 1ㆍ4분기(7.1%)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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