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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장점과 단점
입력1999-01-06 00:00:00
수정
1999.01.06 00:00:00
우리 설화에는 호랑이에 버금해서 자주 등장하는 백수중 가장 약자인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즐거리가 있다.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한 나그네가 구해내 놓으니 굶주렸던 호랑이가 나그네를 잡아먹으려 했다. 살려준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것은 배은망덕이라 하여 나그네는 3심재판을 해 보고서 잡아먹으라고 했다. 1심에서 까마귀가 호랑이손을 들어 주었고, 2심에서 여우도 호랑이가 옳다 했는데, 3심인 상고심에서 재판장인 토끼가 현장검증을 하겠다 하며 현장의 함정속에 호랑이를 들어가도록 했다. 호랑이가 함정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토끼는 나그네에게 그대로 두고 가버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자 앞에서 약자인 나그네의 손을 들어준 토끼는 영웅이다.
지난해는 호랑이 해였다. 말그대로 다사다나한 해였다. 마음 조이고 몸이 바쁜 한해였다. 호랑이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해였다. 토끼해를 맞아 우리는 인생의 나그네로 토끼의 영웅적 재치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점장이들은 토끼띠 사람의 성품이 온화하고 모나지 않으며 적만들기를 싫어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애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짓도 민첩하고 한번 계획을 세우면 주저없이 해낸다고 한다. 토끼띠는 가만히 앉아 한시도 그냥 먹고 놀지 않는다. 부지런하고 민첩하다. 또 웬만한 무드파가 무색할 정도로 섬세하고 예민하다.
그런데 서양사람들의 토끼 이미지는 곱지 않다. 미국의 동시 「리머스 아저씨」에 나오는 토끼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교활하고 사기꾼 같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대사중 「두발로 선 토끼」는 겸멸의 뜻이 담겨 있다. 그만큼 토끼의 몸가짐이 가벼워서 경솔을 꾸짖는 지적이다. 점장이들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토끼해에는 경솔해서도 신념을 굽혀서도 안된다. 침착하면서도 꼭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래야 토끼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게다. 앞으로 360일 동안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무슨 꼴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때마다 토끼 뛰듯 팔딱거려서도 안된다. 줏대있게 진득해야 하는 삶의 지혜가 세삼 소중해지는 토끼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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