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국내 컨설팅 산업의 선진화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컨설팅 산업이 활성화되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컨설팅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1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만난 김기홍 대표(54·사진)는 정체에 빠진 국내 컨설팅 산업을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비스업 선진화가 국가적 아젠다로 자리잡은지 수년이 지났지만 가장 고급의 인력이 필요한 지식 서비스업은 유독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서비스산업의 대표 업종인 여행·관광, 컨설팅, 기술 로열티가 무역 역조가 제일 심한 분야"라며 "관광은 국내 방문객 증가, 기술 로열티는 대기업 주도의 특허권 확보 움직임으로 어느 정도 무역 역조가 개선되는 중이지만 컨설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컨설팅 산업이 활성화되면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믿음이다. 현재는 수지타산에 급급해 대기업 위주로 컨설팅사가 운영되지만 산업이 커지면 중견·중소기업 전담 컨설턴트도 육성되며 시장이 자연스레 열릴 것으로 김 대표는 예상한다. 특히 성장 정체에 빠진 중견·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컨설팅만 받으면 생산성이 대폭 상승될 것이라는 게 현장을 수없이 다녀본 김 대표의 지론이다.
유례 없는 침체기를 겪는 국내 컨설팅 산업이지만 설립 3년차인 가온 파트너스는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현재 연 매출이 5~10억원 수준으로 정체 상태다.
김기홍 대표는 그 비결로 현장 기반의 컨설팅을 꼽는다. 김 대표는 "100가지 기업이 있으면 100가지 솔루션이 나와야 정상"이라며 "국내 기업 현장에 맞는 솔루션은 제 아무리 외국계 컨실팅 기업이라도 2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진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중견기업 오너들은 대기업처럼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1,000억 수준의 회사를 여러 개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생산현장의 혁신을 두려워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하기에 급급하면 결국 대기업이 나중에 영역 확장에 나설 때 흡수되는 결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중견·중소기업 컨설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치의 제도'를 제안했다. 대기업처럼 프로젝트별로 큰 액수를 내기 부담스럽다면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필요에 따라 컨설팅 서비스를 받으면 컨설팅업체와 기업 모두 만족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아직 신생 기업이라 현재는 20~30대 컨설턴트가 대부분이지만 5년만 지나면 30-40의 중견 컨설턴트가 주축으로 자리 잡아 외국계 메이저 컨설팅사가 부럽지 않은 맨파워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3년 안에 100명의 컨설턴트를 육성하고 최종적으로는 최소 200명 이상의 컨설턴트를 보유한 토종 컨설팅회사를 키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중장기적으로 자회사 방식의 중소기업 전문 컨설팅 회사 설립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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