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의 '2013년 경영계획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위적 구조조정 고려 등 보수적 경영 색채가 짙게 배어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2010년ㆍ2011년ㆍ2012년 3년 연속 사상 최대 투자와 고용 등을 통해 공격적 경영을 표방해온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10대 그룹 모두 내년에 올해보다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경영의 주안점을 현금확보와 구조조정 등 내부체질 강화에 두겠다고 답했다. 이 이면에는 대내외 투자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내년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때 중요한 점은 기업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안 늘리고 현금 확보에 주력한다=2013년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올해보다 상향 조정하겠다는 그룹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올해보다 '소폭 축소(한 자릿수)'는 세 곳, '올해 수준 유지' 일곱 곳 등으로 10대 그룹 모두 내년에는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B그룹 경영기획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 심화, 정치 리스크 등이 산재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릴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그룹뿐 아니라 다른 그룹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전체 투자가 올해보다 축소되면서 3년 연속 지속된 사상 최대 투자 기록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경영계획 수립시 주안점을 두는 분야 역시 달라졌다. 공격적 투자 때는 신사업 추진 및 선점이 답변의 우선순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 경영계획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현금 등 수익성 확보가 50%(5개 그룹)로 1위를 기록했다. 구조조정 등 내부체질 강화가 30%(3개 그룹)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해외 시장 선점 및 진출, 신사업을 위한 진열정비 등은 각각 10%(1개 그룹)에 불과했다. 80%(8개 그룹)가 현금 확보와 구조조정을 내년 경영계획의 주안점으로 둔다는 설명이다.
보수적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한 10대 그룹이 내년에는 투자를 늘리지 않고 현금 확보와 구조조정에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침체, 정치 리스크가 최대 복병=내년 경영계획 수립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경기악화, 정치 리스크가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6개 그룹이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를 꼽아 가장 많았고 정치 리스크를 난점으로 지목한 그룹도 두 곳이었다. 이 밖에 '성장률 저하 등 내수시장 침체'와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경쟁'을 꼽은 그룹이 각각 한 곳씩이었고 원ㆍ달러 환율과 대북 리스크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은 그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해외 시장에서 상당 부분 매출을 올리고 있는 10대 그룹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대내적으로는 대선 등 정치 리스크를 경영의 복병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C그룹 경영기획 담당 임원은 "두 사안 모두 각 그룹 경영에 치명타를 미칠 요소"라며 "만약 정치권 주장대로 순환출자가 재도입되고 금산분리가 강화된다면 이에 따른 비용 지출과 손해규모만 당장 몇 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투자환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응답이 단 20%(2개 그룹)에 불과했다. 나머지 80%(8개 그룹)는 별 변화가 없거나 악화될 것으로 응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대 그룹의 경우 내년 투자 규모 등 경영계획 전망치의 대외적인 발표를 미루거나 아예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설 때는 이를 즉각 외부에 알렸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투자를 줄일 때 기업이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2013년 경영계획도 이와 흡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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